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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한 켤레의 신발

 

 

1886년 반 고흐의 작품 '한 켤레의 신발'에 관한 이야기

 

이 작품의 소재는 1886년 파리의 어느 벼룩시장에서 반 고흐가 구입한 낡은 신발이라고 합니다.

 

반 고흐는 이 신발 외에도 여러 낡은 신발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1960년 '미술작품의 기원'이라는 책을 통해, 그림에서 볼 수 없는 신발의 주인과 그 사람의 삶을 상상했습니다. 그의 묘사에 의하면 신발의 주인은 농촌에서 밭일을 하는 여성입니다. 그리고 신발을 통해 농촌의 풍경과 농촌여성으로서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이데거는 고흐의 작품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보려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메이어 샤피로는 196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하이데거가 고흐의 그림에 대한 예술성을 논하지 않고 단지 철학적 상상력을 설명하기 위해 작품을 오용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신발의 주인은 농촌에 사는 사람이 아닌, 도시에 사는 고흐 그 자신이라고 보았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쟈끄 데리다는 1978년 '회화의 진리'를 통해 고흐의 신발이 정말 한쌍인지 의문을 가졌고 구두의 진짜 주인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상환'이라는 논문을 통해 '진리가 제거된 그림, 그래서 더 이상 그 누구에게 무언가를 말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그림을 꿈꾼다.'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반 고흐는 사후에 '한 켤레의 신발'이라는 작품을 두고 이러한 논쟁이 벌어질 줄 몰랐을 것입니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결국 '한 켤레의 신발'과 작가 반 고흐에게 보다 의미있는 가치를 풍성하게 부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이데거의 생각은 빈약해보이는 이야기를 보다 의미있고 풍성하게 만드는데 , 샤피로의 생각은 지나치게 방대해진 이야기를 수정하고 보완하는데, 데리다의 생각은 기존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으로 검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빈약해보이는 이야기, 지나치게 방대해진 이야기, 다른 관점으로 검토해야 할 이야기...

 

다양한 해석과 공유를 통해 작품과 작가는 보다 풍성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예술작품에 보다 풍성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듯이, 우리의 이야기도 다양한 해석과 공유 과정을 통해 보다 풍성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여러분의 이야기에 보다 풍성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참만남의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 2015년 3월 7일, 페이스북에 적은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