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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2017년 3월 25일 강서필병원 심리극

- 2017년 3월 25일, 일년전 오늘의 기록 -

며칠전 진행했던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보며.

중독병동 심리극에서는 내가 직접 내담자들에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를 제의했고,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주제가 필요하다고 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셔서, 나는 그분에게 그동안 알코올과 가족관계가 얽힌 갈등을 많이 다루었으니, 오늘은 '평화'를 주제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래서 어떤 분은 공개강연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차분하게 말해보기도 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한 내담자 대상의 심리극을 진행한다고 해서, 늘 알코올 문제만 다루지 않는다.

알코올 문제만 다루다보면, 입원으로 인한 스트레스 뿐 아니라 심리극을 통한 반복된 문제 직면으로 오는 피로감 때문에, 심리극 참석이나 심리극 역할을 거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쉽다.

내담자들을 환자로 대하지 않아도, 알코올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아도, 중독병동 내담자들은 심리극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가끔 어떤 내담자는 자발적으로 알코올 문제를 제시하면서 자발적인 직면과 자기다짐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강요하거나 강조하는 것 보다는 스스로 하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상황에 따라서 '반성과 결심이 내제된 자기주도적인 극진행'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감동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주인공에게 내가 느낀 감동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감사인사를 드린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쳤거나 몰입되었다면, 균형을 맞춰본다는 생각으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행하는 연극적인 방법은 상황에 따라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 실험은 내담자와 동의하에, 내담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이루어진다면, 안정적인 시도가 가능한 것 같다.

이번에도 내담자들을 통해 배움과 감동의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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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25일, 오늘의 기록 -

심리극 진행시 ‘주제’는 내담자가 원하고 요청할 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담자를 위한, 내담자에 의한, 내담자 대상의, ‘자기주도적인 극진행’이 이상적인 심리극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함부로 강조하고 강요하고 명령하는 것은 치료자 혹은 진행자 중심의 자기중심적이고 무식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2월 22일 기준으로,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에 근무 중인 정영주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최미영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게 '주제가 있는 심리극'에 대한 생각은 여전한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