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 그리고 공부

산책로에서 마주친 시각장애인

 

 

2018년 7월 19일 목요일.

 

산책로를 걷던 중, 멀리 다리 밑 자전거 도로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어르신을 목격했다.

 

흰 지팡이와 서있는 모습을 통해 시각장애인임을 확인한 뒤, “선생님은 지금 자전거 도로에 계십니다. 위험해보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르신은 나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외쳤다. 나는 지금 자전거가 오고 있으니, 그대로 계시라고 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빨리 페달을 밟거나, 욕하며 지나가는 자전거 탑승자들이 못 마땅했다.

 

자전거들이 지나간 뒤, 나는 어르신에게 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조금만 더 가까이 오셔서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어르신은 내 곁으로 다가온 뒤, 이곳에서 자전거 때문에 불쾌한 일을 겪었다며 큰소리로 항의했고, 구청에 신고하겠다고 했다. 나는 어르신의 항의를 경청하면서, 일부 자전거 탑승자들의 예의없음을 동의하고 함께 비판했다.

 

멀리 벤치에 앉아있는 여성이 나에게 ‘저 사람 돌았다’는 의미의 손짓을 보내어, 그렇게 하지 말라고 손짓을 보냈다. 그래도 여성은 나에게 반복된 손짓을 계속 보냈다.

 

어르신은 산책로 이용의 불편함과 불쾌함을 실컷 토로하신 듯, 서서히 목소리에서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무엇하는 분인지 물어보셔서, 사회복지사라고 소개했다. 어르신은 얘기를 들어주어 고맙다고 했다. 나는 어르신께, 아무 생각없이 산책로를 걸었는데,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산책로 임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어르신과 악수를 나누며 헤어지니, 멀리 벤치에 앉아있던 여성이 나에게 다가와 고맙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어르신의 활동지원사였다.

 

갑자기 큰 불쾌감이 느껴졌다.

 

* * * * *

 

이번에는 그냥 넘어갔습니다만, 한번 더 자전거 도로에 방치된 채 자전거 탑승자에게 욕먹고 위협당하는 시각장애인을 목격하게 된다면, 저는 사진으로 현장 증거를 확보한 뒤, 멀리 떨어져 구경만 하는 활동지원사를 큰소리로 호출하여 책임을 묻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담당하는 시각장애인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활동지원사가 있다면, 내담자를 모욕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