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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자해

 

 

 

사진은 서강대교를 건너면서 찍은 한강 풍경.

 

50분 정도 드라마만들기를 진행하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앞에 서있는 남자 아이의 왼손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허락을 받고 손가락을 살펴보니, 엄지를 제외한 지문부위에 일자 드라이버로 붉은 스탬프를 찍은 것처럼 붉은 선이 그어져있었다. 자세히 보니 피가 응고되어 만들어진 검붉은 흔적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칼로 그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이빨로 물어뜯었다고 설명했다. 손을 잡아주고 싶은데 괜찮을지 물어보았고, 아이의 허락을 받은 뒤, 아이의 왼손을 두손으로 살짝 어루만져주었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요즘 좀 힘들었다고 말했다. 나는 설명해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나, 다루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언제든지 드라마만들기 시간을 활용해달라고 말했다. 아이는 여기에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무교라는 것을 확인한 뒤, 종교에 상관없이 매일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는 고맙다고 답했다. 이 일을 알고 있는 어른이 있는지 물어보자, 아이는 잠시 생각한 뒤 한숨을 쉬었고 아무도 없다고 했다. 순간 마음이 아팠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아이의 손을 놓아주면서, 평소 느껴왔던 이 아이의 어른스러움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 아이는 초등학생이다.

 

다음주 아이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일주일 동안 생각해보아야겠다. 좋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