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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독특한 사건들

감사 그리고 기도

어느새 연극치료 워크북을 출판한지 9년이 되었다. 절판된지도 몇년 되었고...

출판 1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개정판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3년째 미루었던 푸른복지출판사 원고도 준비해야겠다.

 

내가 2년간 모 병원에서 연극치료 진행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일주일동안 고민하고 연습하고 개량해서 활용했던 기법들이

나 모르게 병원 직원들이 출판한 워크북에 실렸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엉터리로 소개된 것에 분노해 나만의 워크북을 출판했다.

문제의 워크북을 만든 대표저자 겸 사회복지사가 나에게 연락해

내가 여기저기에 워크북에 대해 부당한 일을 겪었다고 소문내는 것을 들었다며

일방적으로 훈계하고 충고하더니 '우리 덕분에 출판했으니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최근 12년간 일했던 낮병원에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하다 해고당한 뒤, 

이드치연구소를 전 직장 근처 마포세무서에 등록했고

더 많은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중이고

좋은 카메라를 구입해 멋진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시간날 때마다 우쿨렐레 코드를 익히고 있다.

하지만 해고의 계기가 된 '학부/대학원 사회복지실습생 겸 젊은 선임'과

나를 직접 해고한 '목사 겸 병원장'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 감사하는 존재는

나에게 닥친 어이없는 일을 잘 대처해준 내 자신과

나에게 용기와 지지와 격려를 보내준 사람들

그리고 내 삶의 격한 흐름을 어루만져주시는 절대자이지,

어이없는 일을 안겨준 사람들이 아니다.

 

나에게 '인생의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은 어이없는 일을 제공했을 뿐,

어이없는 일을 당한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준 것은 주님이시고

주님께서 주신 기회를 실천으로 옮긴 사람은 바로 내 자신이라고.

그리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