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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

 

2018년 5월 9일 수요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심리극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드라마치료 워크샵 시간에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심리극에서 두 보조자아가 주인공을 자극하는 역할(악역)을 맡아 연기했는데, 한분이 역할수행 도중 신체화 증상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분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았다.

 

우선 악역경험을 주제로, 이드치연구소 활동가 정은미선생님과 오재혁선생님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했다.

 

두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그분의 소감을 들어본 뒤, 그분 주위를 정리하고 의자 세개를 놓았다.

 

맞은편 의자는 아까 심리극의 주인공 자리이고, 왼쪽은 아까 심리극에서 함께 맞장구 치며 주인공을 공격했던 동료 자리이고, 오른쪽은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으로 설정했다. 역할바꾸기 기법을 활용하면서, 그 분은 각 의자의 인물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마지막으로 나눔의 시간을 가지면서 각자의 소감을 들었다.

 

심리극이 끝날 때마다 보조자아의 잘못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는 디렉터는 보았지만,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디렉터는 지경주가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디렉터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보조자아’의 경험을 많이 겪어보았기에,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리고 어딘가에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디렉터가 있을 것이다.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심리극 디렉터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언젠가 심리극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으리라 믿는다.

 

내가 주인공이 된 것도 아닌데,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주인공 경험만 안 했을 뿐, 주인공의 심리극을 지켜보는 동시에, 머리 속에서 나만의 심리극을 진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조자아를 위한 시간’은 보조자아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주인공과 관객들과 디렉터에게 보다 의미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