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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한 청소년에 대한 의견

어느 기관 담당자에게 보낸 한 청소년에 대한 의견.

 

 

<OOO군에 대한 의견>

 

작년 4회기동안 진행된 사회극에서 OOO군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도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OOO군은 늘 저의 시선을 피하고 인사하지 않았습니다.

 

1회기에는 사회극 진행도중 엉뚱한 대사와 연기를 했습니다.

 

2회기에는 여러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끌었고, 다른 참가학생과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발표를 하면서도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회기에는 엉뚱한 대사와 연기를 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지적받기도 했습니다만, 짧은 순간 진지하게 대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막장드라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보려다가 제가 막아줘서 더 재미있었다는 말을 했었습니다.

 

마지막 4회기에는 자발적으로 주인공이 되어, 가상의 부모님에게 진지하게 마이스터 고등학교 입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마지막 4회기의 진지한 모습을 마주하기 위해, 1회기부터 3회기까지 OOO군을 기다려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다시 만난 OOO군은 작년 사회극 1~2회기에서 보았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올해는 사회극 회기가 길다보니 다른 참가자에게 독설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고, 다른 학생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호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OOO군은 스스로 소외되기 위한 언행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OOO군이 마치 동화 '괴물들이 사는 세상'의 주인공 맥스 같다고 생각합니다.

 

맥스는 늑대옷을 입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고 엄마에게 독설을 내뱉는, 친구 없는 삐뚤어진 장난 꾸러기입니다. 인간세상에서 비난받고 미움받는 맥스는 스스로 자신처럼 괴물같은 존재들이 사는, 괴물들이 사는 세상으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즐겁게 시간보내다가 결국 스스로 귀가를 선택하고 자신의 방으로 몰래 돌아옵니다. 귀가 후 맥스는 늑대탈을 벗고 엄마가 놓아둔 따뜻한 스프를 향해 걸어갑니다.

 

저는 맥스가 돌아올 것을 믿고 따뜻한 스프를 놓아둔 엄마의 심정으로 OOO군을 만나고 싶습니다. OOO군과 계속 진지하게 이야기 대하다 보면, 짧지만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때가 있습니다. 제가 먼저 인사하다보면, 짧지만 먼저 저에게 인사하기도 합니다.

 

OOO군은 저의 인내심과 수용의 한계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OOO군이 스스로 늑대탈을 벗고, 저의 초대에 응해주는 그 순간을 위해 계속 기다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저는 아낌없는 격려와 지지를 보내겠습니다.

 

이드치연구소 운영자,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지경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