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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친절에 대한 엉뚱한 피드백

2016년 3월 20일 일요일.

 

오전에 눈뜨자 갑자기 추위를 느꼈고, 온 몸이 아프더니, 팔다리가 저리면서 손과 발이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아내에게는 최소한의 조치만 부탁한 뒤 얼른 교회에 가도록 권유했다.

 

최소한의 식사를 한 뒤 약을 먹었다. 약기운이 온몸에 퍼지는 동안, 추위와 통증이 나를 힘들게 했고, 순간 원하지도 않는 일년전 오늘이 계속 떠올라서, 일년전 나를 엿먹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실컷 비난해주었다. 그리고 약기운이 느껴지면서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만약 그들을 다시 마주칠 경우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생각해보는 것으로 일년전 오늘을 정리해보았다.

 

아내가 귀가해 늦은 점심을 챙겨주었고, 함께 식사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일년전 오늘을 계속 떠올린 것에 대한 에피소드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던 일년전 또 다른 에피소드를 설명해주었다. 아내의 분노하는 모습을 보니, 일년만에 설명해주기를 잘 했다는 설명이 들었다...

 

아내는 오늘 친정식구들과 지하철로 교회가던 길에 있었던 에피소드를 설명해주었다.

 

5호선 종착역인 상일동역에서 내리는데,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작은 키의 남성이 사람들이 다 하차하는 지하철에 마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사람들을 밀치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와 시댁식구들은 종착역이니까 여기서 내려서 옆 승차장으로 가도록 안내해주었다고 한다. 그 남성은 텅빈 지하철 안에 가만히 있었고, 아내와 시댁식구들은 지하철 내부 불빛이 깜빡거리는 것을 느끼고 더 이상의 설명없이 지하철에서 내렸다.

 

아내가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나가면서 그 남성이 걱정되어 뒤돌아보니, 그 남성이 아내를 쳐다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남성은 아내에게 욕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순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어, 시댁식구들과 함께 발걸음을 돌려 교회로 향했다고 한다.

 

교회에 있는 동안 아내는 그 남성을 위해 기도했지만, 그 남성의 욕설에 대한 불쾌감이 귀가할 때까지 남아있었고 이런 경험을 하고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누군가를 도와주기 보다는 모른척 지나치는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친절에 대한 엉뚱한 피드백을 받았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래서 이런 일은 늘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아내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들을 했고, 혹시라도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사람을 모른채 하지는 말자고 결론내렸다. 또한 나도 일년전 그 사람들에 대한 감정을 좀 더 세분화해서 살펴보고, 다시 마주쳤을 때 그 감정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재점검해보았다.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