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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정신과 치료와 직장인

지인 중에 한때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고
경과가 좋아져서 약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생활을 시도하는 청년이 있다.

 

부모님이 물려준 빚도 대신 갚아야 했고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적성과 상관없이 매일 진상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에 종사하면서,
언제 갑자기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병리적인 증상과 싸우면서,
매번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내 자신을 비춰볼 정도로
하루하루 청년은 치열하게 사회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가끔씩 스스로 불안을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때마다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 방문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최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안이 심해져 여러번 휴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주위에서 비난과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청년은 치료를 받아야 할 일이 생겨 어쩔 수 없이 휴가냈음을 설명하면서
결국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 받았음을 직장에 알리게 되었다.

 

그날 이후 청년은 직장 내에 변화가 생겼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업무실수에 대한 지적이 매일 발생하면서 지적의 빈도수가 많아졌고
사소한 실수도 정신과적인 이상증상으로 원인을 돌리는 말을 듣게되거나
정신력이나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전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청년은
하루 아침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요주의 인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가 설마 '권고사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면서
청년의 불안은 지금 급속도로 높아진 상태라고 한다.

 

청년의 바램은 '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계속 일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자신을 환자 취급하는 직장동료들을 상대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고 자신의 병리적인 증상과 상대해야 하는 등
여러 투쟁 속에서 자신의 길을 외롭게 가고 있는 이 청년의 모습에서
어둡고 답답한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을 읽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사회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청년을 지지한다.
그리고 노무현의 저서 '진보의 미래'에 나오는 '만원버스의 비유'처럼
'직장'이라는 만원버스를 청년과 함께 탈 수 있도록 먼저 손내밀어 줄 수 있는
진보적인 동료가 보다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