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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광명시자살예방센터 심리극

 

 

 

 

2014년 7월 18일 금요일.

오늘은 광명시자살예방센터 심리극 마지막 날이었다.

한 내담자께서 가는 길에 먹고 마시라며 남은 간식과 음료를 모으셨다.

그리고 자살예방센터 종이가방을 두개 포개어 넣어주셨다.

이 내담자는 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을 때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참견하면서 극 흐름을 끊은 적 많았다.

하지만 나는 이분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시도록 했다.

오늘은 무릎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극에 참여하기도 했고,

다른 내담자들에게 극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고, 모든 참석자들에게 진심어린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치아가 몇개 없어서 항상 입을 가리고 말이 없던 내담자는

심리극에 참석하면서 조금씩 용기내어 입을 가린채 짧게 몇마디 하다가,

정의사회구현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하고

가족들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고 자신을 무시하는 사연을 반복해서 말하기도 했었다. 

오늘은 참가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은 덕담을 풍성하게 전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심리극을 마무리 지으며 '신세대와 어울리도록 노력해야 할까,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늘 조마조마했는데,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주셔서,

오늘 생각나는대로 얘기해서 좋았고 내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좋아해줘서 기쁘다는 소감을 들었다.

또 다른 내담자는 몸도 아프고 힘도 없으니 아무 것도 시키지 말라고 하셨다가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주인공도 해주시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덕담을 나누어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처음에는 무얼해야 할지 몰랐고 그냥 앉아있다 가려고 했는데,

좋은 말을 주고받으니 나도 기분좋고 상대도 기분좋고 모두가 기분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광명에 왔다 길에서 마주치면 꼭 인사해달라 하셨고 나에게 다짐과 약속을 받아내셨다.

또 다른 내담자는 말없이 고개만 젓다가, '안할거에요...'라고 말하더니,

나중에는 자원봉사자의 권유를 받아 다른 참가자들을 찾아가 덕담을 전했고,

마지막에는 "상처받지 말고 열심히 살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 말해서 다른 참가자들의 덕담을 들었다.

또 다른 내담자는 오늘 몸이 많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심리극이어서 참가했다고 한다.

 

 


아... 글이 너무 길어진다...

그동안 열명 넘는 내담자들과 3월부터 월 1회씩 다섯번의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나는 심리극을 진행하기 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연극적인 방법들을 활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보듬고 서로 공감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활한 진행의 기반에는 이곳 담당직원과 내담자간의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명시자살예방센터에서 다섯번의 소중한 경험을 했고, 삶과 사람에 대해 보다 깊이 배울 수 있었다.

저를 강사로 고려해주신 이수명팀장님, 그동안 함께 해주신 직원(특히 최미라선생님!),

자원봉사선생님들, 내담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늘 여러분을 잊지않고 종교에 상관없이 여러분의 건강과 평안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종이가방 안에 있던 간식과 음료는 집에 가져와 잘 먹고 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