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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이드치연구원, 그리고 사람의 됨됨이

여행에서 돌아와 밀린 이메일을 확인해보니,

두곳에서 '이야기&드라마치료연구소 소속 연구원'에 대한 확인문의가 왔다.

두곳 모두 지인들이 보낸 이메일이었다.

한곳은 자신이 일하는 기관에 자원봉사를 지원한 분이 있는데,

이력서에는 '이드치연구소 연구원' 경력을 기재했고

자기소개서에는 나의 지도를 받으며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실 확인을 부탁할 겸, 오랜만에 안부인사도 할 겸 이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다른 한곳은 자신이 일하는 기관에 계약제 강사를 지원한 분이 있는데,

이력서에 2년정도 이드치연구소에서 연구원 활동을 했다고 씌여있어서

사실 확인을 부탁한다는 이메일이었다.

첫번째, 자원봉사를 지원한 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변했다.

 

"이드치연구소를 개설하기 전부터 저를 도와주셨고 평소 열정적으로 함께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내담자를 대하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잘 갖춰진 분이라는 생각을 늘 해왔고,

연극적인 감각이 뛰어난 분이라 제가 오히려 많이 도움받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많이 겸손하신 분이어서 자원봉사 그 이상의 활동도 가능하신 분입니다만,

어쨌거나 그곳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두번째, 계약제 강사지원을 하신 분에 대해서는 짧게 답변했다.

 

"이드치연구소는 1인 연구소이기 때문에 제가 연구소장 겸 연구원입니다."

 

 


두 분 모두 올해부터 연락이 뜸했기 때문에 안부가 궁금했었던 터였고,

나 모르는 곳에서 자신을 이드치연구원으로 소개했다니 기쁘기도 하면서 기분이 묘했다.


자원봉사를 지원했다는 분은 평소 많은 도움을 받았었고,

언제든지 다시 만나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함께 활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제 강사지원을 하신 분은 평소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의 싹싹함이 늘 부담스러웠었다.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가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그분만의 독특한 싹싹함이 사라진 전혀 다른 낮선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나를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계속 냉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보다 학력도 훨씬 더 높아지셨고 특정 전문가 밑에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굳이 '이드치연구소'의 이름을 걸지 않아도 잘 지내리라 생각했다.

내 나름대로 사람의 됨됨이를 볼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었을 때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한때 동료라고 생각했었던 몇몇 인간들을 통해 배운 것이기도 하고,

한때 무척이나 교만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되면서 터득하게 된 것이다.

사람의 됨됨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최근 선거기간 중에 안스러움이 들 정도로 표를 구걸하다가

당선된 뒤 안하무인이 되는 특정 정치인들을 통해서도 쉽게 볼 수 있고,

돈을 더 많이 벌거나 학력을 취득하거나 승진하거나 더 좋은 기회를 확보하여

인생역전의 경험을 겪고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메일을 통해 두명의 '자칭 연구원'에 대한 나의 소견을 전하면서,

나 또한 이드치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통해 내 됨됨이를 노출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이 글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내 자신의 사람 됨됨이를 늘 살펴보고 되돌아보아야겠다.

삶과 사람에게 임하는 자세와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회주신 두 분께 감사하고,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