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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낮병원에서 있었던 일

 

 

 

 

최근 낮병원에서 있었던 일.

자치회의 시간에 어느 회원이 의견을 제시했다.

낮병원 내 게임기를 설치하고 작동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있다보니,

특정인이 없으면 쉬는 시간에 Wii 게임을 즐길 수 없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심전심'이라는 역할극 시간을 일부 할애하여,

Wii 게임을 하고 싶거나 DVD를 영화를 보기 위해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낮병원 회원들에게 설명해주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이동식 카트에다

맨 아래는 스피커, 중간에는 DVD/Wii 플레이어, 맨 위에는 빔프로젝터를 올려둔 것을 토대로

각 기기의 역할과 연결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TV관련 제품은 전혀 설치해본 적 없다는 여성회원들도

연결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유난히 한 남성회원이 내 설명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선생님이 쉽게 설명해준다고 해도 자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원이 바로

'특정인이 없으면 쉬는 시간에 Wii 게임을 즐길 수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을 낸 사람이었다.

순간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그저 게임만 즐기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반감을 보이는 몇몇 회원들이 있어서,

나는 급히 내 설명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던 그 회원을

이심전심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정하여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모아보았다.

한사람씩 "내가 OOO회원에 대해 조금 아는데(혹은 잘 아는데)..."라는 말로 시작하여,

그 회원이 그러한 발언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조금 아는 것처럼(혹은 잘 아는 것처럼),

그 회원에게 상처주지 않는 내용을 선별하여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른 회원들의 이야기를 다 경청한 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자신이 전원을 잘못 연결해 비싼 기기들을 모두 고장낼 것 같은 생각과 불안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런데다 지선생님이 기기 연결방법을 설명해준 뒤 자신이 고장내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다른 회원들은 주인공의 설명을 경청한 뒤,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한다 했고

주인공이 좀 더 편하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았다.

그래서 앞으로 주인공은 다른 회원들과 게임기 설치/작동/뒷정리를 함께 하되,

만약 증상이 올라오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동안 직원이나 자원봉사자, 극소수의 낮병원 회원만이

Wii 게임을 할 수 있도록 기기 설치와 연결을 맡아주었는데,

이제는 낮병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무언가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는 그 시도를 적극 환영한다.

그리고 '제안만 하고 뒤로 빠지는 사람',

'게임기 설치와 뒷정리는 전혀 하지 않은채 그저 게임만 즐기려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던 주인공을

'그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안건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가전제품을 직접 연결하고 설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지금의 상황을 재해석하는 회원도 있었고,

'주인공은 변화를 원하지만, 증상으로 인해 변화의 동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재해석하고

배려해주는 회원도 있었다. 덕분에 '집단의 힘'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다음주에는 이 주인공을 낮병원 Wii게임 홍보대사로 위촉하여

보다 많은 회원들이 Wii 게임에 동참하고

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