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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성욕에 대한 이야기 - 낮병원

낮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해보며.

 

여성회원들이 아무도 없을 때가 절호의 기회라며,
한 남성회원이 성(sex)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제의했다.
내가 개입하여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지 물어보자, 모두 동의해주었다.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던 회원이 먼저 자기 고백을 했고
그 다음에는 자발적으로 다른 회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차츰 성에 대해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남성회원 다수는 늘 성욕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여러 회원들의 경험담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되던 중,
유난히 사람들이 자기 고백을 할 때마다 소리내어 웃거나

발언자들을 힐끔 쳐다보던 한 회원이 마지막 발언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 나왔던 다른 회원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면서
순식간에 침묵과 경직의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내가 개입하여, 타인의 경험을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해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그 회원은 종교를 언급하면서 이 주제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 말했고,
원치않은 주제가 결정되어 듣기 싫은 이야기를 억지로 들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해도 될지 물었을 때 모두 동의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자,
그때는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여서 동의하는 척 했다고 답했다.
나는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공감 여부를 말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겠냐고 그 회원에게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 회원은 낮병원에서 '해도 되는 말'과 '해서 안될 말'이 있는데,
'해서는 안될 안좋은 말'을 웃으며 말하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회원들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한 회원이 손을 들어 자신의 성욕에 대해 노코멘트 하고

도덕적인 문제를 지적해준 특정 회원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답했고,
나머지 사람들도 이해한다며 동의해주었다.

결국 다른 회원들이 한 회원을 존중해주면서
성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마무리 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노코멘트 했던 회원은 한번 더 '자위'라는 불결한 행위를 말하는 분위기와
집창촌 이야기에 대한 불편함을 언급한 뒤,
앞으로도 자신은 성에 대해 계속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그 회원에게 각 회원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는지 물어보자
'글쎄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 또한 다수가 존중해주기로 했다.

 

더 많이 말하면 손해보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다수의 이야기를 다 들은 뒤 종교를 언급하면서 비난했던 한 회원보다,
성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을 도덕적으로 비난한 한 회원의 의견을 수용해준 나머지 회원들이

내 눈에는 오히려 더 종교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언젠가 낮병원에서 좀 더 편안하게 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