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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워킹쓰루와 사이코드라마

 

 

 

 

 

혼자 어느 사이코드라마 워크샵에 참가했던 옛 기억을 떠올려본다.

 

워크샵에서 한무리의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왔고, 그들에게 둘러싸였다. 나는 당시 정신과의사 김정일선생님의 심리극 보조자아로 심리극을 경험하고 있었기에, 어떤 사람은 나를 '김정일 추종자'라고 불렀고 어떤 사람은 "북한 사람도 아니고..."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한사람이 "나한테 어떤 텔레가 느껴져요?"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어떤 의미로 질문하는지 이해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들은 "텔레도 몰라?", "텔레도 모르면서 무슨 사이코드라마를 해?"라고 말했다.

 

내가 알고 있는 텔레의 스펠링과 같은지 궁금하고 여러분이 알고 계신 텔레의 의미를 알고 싶다고 물어보니, 그들은 대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웃음 띤 얼굴로 대화나누며 자리를 옮겼다.

 

귀가 후 나는 텔레의 의미를 조사했고, 텔레(tele)는 심리극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모레노가 '두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는 감정'을 설명하기 위한 단어임을 알았다. 나는 이미 심리극을 통해 무대 위 사람들과 교감의 경험이 있었기에, 텔레의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접두어로서 텔레의 의미(먼, 먼거리)를 연결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심리극을 진행하거나 심리극에 대해 설명하다가 '텔레'를 언급하게 되는 경우, 텔레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접두어 tele의 의미를 설명해주면서 텔레가 심리극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사례를 통해 설명해준다. 잘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아는 사람이 설명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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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드치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어느 병원에 근무하는 심리극 전문가에게서 '워킹쓰루'를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워킹쓰루에 대한 설명도 안해주고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는 말을 이드치연구원 모임에서 전해들었다.

 

그 순간 나는 walking through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 주인공과 디렉터가 함께 걸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특정 기법'이 생각났고, 귀가하는대로 자료를 찾아보고 워킹쓰루에 대해 이드치연구원들과 공유하겠다고 답했다.

 

내가 만약 워킹쓰루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제가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워킹쓰루의 영어 스펠링을 알려주시고 심리극에서 어떻게 사용되는 용어인지 알려주시면, 그에 맞게 제가 경험한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 다음 워킹쓰루라는 개념을 제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검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답했을 것 같다.

 

귀가해 자료들을 찾아보니, 워킹쓰루는 '심리극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이 연극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다루면서 통합을 경험하게 되는 전반적인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심리극에 관한 저서나 번역물도 많아서 한글로 번역된 용어들도 많은데, 왜 굳이 워킹쓰루라는 낮선 단어를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서 영단어가 익숙한가?

 

혹시라도 내가 워킹쓰루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면, 제일 먼저 워킹쓰루의 영어 스펠링은 working through라고 알려주고, 프로이드 관련 이론의 '전이와 훈습'의 개념을 설명해준 뒤, '훈습'이 영어로 워킹쓰루라고 설명해주겠다. 그리고 심리극에서는 극이 진행될 때 절정의 단계를 넘어 마무리로 가는동안, 주인공이 통합의 과정을 겪으면서 경험하는 방법들(역할바꾸기, 행위연습, 공유하기, 토론하기, 마무리)이 워킹쓰루라고 설명하겠다.

 

나는 평소에 워킹쓰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누군가에게 이 단어를 설명해보라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Psychodrama curve는 마치 연극의 진행단계가 '발전-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고 규정하는 것처럼, 하나의 이론적 모형이다. 모든 연극이 반드시 '발전-전개-위기-절정-결말'로 진행되지 않듯, 모든 내담자가 웜업-연기-통합이라는 사이코드라마 커브에 맞춰 심리극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내담자를 사이코드라마 커브의 삼단계에 끼워넣어서 연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또한 워킹쓰루라는 단어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실천가들은 워킹쓰루에 해당되는 방법을 상담이나 심리극 등에 잘 적용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워킹쓰루'를 설명해보라고 질문한 사람을 만나, 워킹쓰루에 '이스트렌지먼트 이펙트'가 가능한지 되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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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란 내담자가 상담과정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종의 왜곡으로, 과거에 중요한 인물에게 느꼈던 감정을 현재의 상담자에게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상담자는 내담자가 과거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훈습'을 통해 전이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훈습은 통찰 후 자신의 심리적 갈등을 깨달아 실생활에서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수정하고 적응방법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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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http://serendip.brynmawr.edu/bb/expertherapy/Sociometry%20and%20Psychodrama%20Handou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