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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서필병원 심리극 - 2016년 3월 18일

사진은 3월 17일에 찍은 여의도 풍경.

 

 

 

어제 있었던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보며.

 

1.
먼저 진행했던 알코올 심리극은 이번주도 주인공을 지원하는 분이 없었다. 그래서 보조자아로 함께 한 두 남자 자원봉사자에게 주인공의 역할을 부여했다.

 

자신이 관객이 되었다고 판단했는지, 몇몇 분들은 나와 눈을 맞추기도 했고 바닥만 바라보다가 무대 위 두 보조자아를 편안하게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관객들에게 무대 위 두 남성의 관계와 대화내용을 설정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동안 침묵이 유지되었다. 나는 관객들에게 여기 나와있는 두 사람이 오늘의 주인공이고, 더 이상의 출연자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의견에 따라서 이야기가 진행되니, 이야기 하고 싶은 분은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그냥 무대를 향해 이야기 해주면 된다고 조금 더 길게 설명했다. 한분이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서, 두 사람은 형제인데 둘 다 술을 잘 마시는데 음주문제로 말다툼 하는 장면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반영드라마'가 시작되었다.

 

몇몇 관객들이 이야기에 살을 더 붙여주기도 하고, 대사도 외쳐주기도 하면, 두 보조자아는 곧바로 연기에 반영했고, 두 보조자아 도 스스로 상황을 역전시킬만한 이야기를 추가하거나 재치있게 대사를 만들어가면서 원활하게 즉흥적인 극이 한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처음 두 형제는 음주문제로 싸우고 재산문제로 싸우다가 결국은 형이 먼저 태도를 바꾸어 사과하면서 반영드라마가 마무리 되었다.

 

입원한지 얼마 안되어 오늘 처음 심리극에 참석했고, 곧 퇴원할거니까 아무것도 시키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 제일 많이 드라마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처음 심리극을 경험해보는데 재미있었고 다음주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심리극을 진행해야 하는데 참가자 모두 관객이기를 원하고 주인공이 없을 경우, 보조자아를 주연배우로 등장시키고 관객들에게 드라마 진행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도록 하는 방법도 유용할 수 있음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전통적인 형식의 심리극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진행자가 처한 상황에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진행해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행히도 두명의 자원봉사자 겸 보조자아가 있어서, 두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원활한 심리극 진행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함께 해주신 원제연, 오재혁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대 밖에서 무서운 아내의 목소리 역할을 맡아주신 강서필병원 김수연 사회복지사님 감사합니다.

 

* * * * * * * * * *

 

2.
두번째 진행했던 정신증 심리극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진행되었다. 본인이 직접 주인공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 다른 분이 대신 말해주어 주인공이 되었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마이크겸 스피커 역할을 해주실 분을 찾았는데 때마침 한분이 자원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을 때, 역시 한분이 주인공의 내면 역할을 자원해주셔서 감사했다.

 

주인공은 자신의 병동생활에 대해 반성했고 함께 병동생활 하는 사람들과 이제부터 친하게 잘 지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주인공에게 이 자리에 모인 많은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서 인사를 나누어보자고 제의했다. 주인공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주인공이 인사를 나누는데 어색하거나 목소리가 작은 모습을 보일 때마다 진행자인 나 혹은 관객 중 누군가 격려의 말 혹은 적절한 표현을 코치해주면서 진행했다. 그리고 맞은편에서 인사받는 사람들은 모두 다 친절하게 주인공의 인사에 응해주었고, 몇몇 분들은 덕담을 전해주기도 했다.

 

주인공은 장기간 입원하면서 우울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오늘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또 덕담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진 것 같다고 했다.

 

나눔의 시간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고 공감을 표현해주는 분들이 계셨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는 분도 계셔서 감사했다. 특히 한분이 나에게 심리극 시간에 함께 할 때마다, 사람들이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고 자발적으로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에서 늘 은혜를 받는다고 간증해주셔서 감사했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범위를 먼저 설정한 뒤, 주인공의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경청해주고, 자발적으로 주인공에게 힘과 용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분위기 덕분에, 매번 정신증 심리극은 안전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형성된 강서필병원 심리극의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드시 심리극 집단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분위기의 집단이 병원마다 지역마다 자조적으로 잘 형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 강서필병원 심리극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