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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강의

변신로보트

변신로보트는 어렸을 때부터 가졌던 꿈이었다.

어렸을 때보았던 특촬물 '아이젠버그'와
일본 애니메이션 킹라이온(골라이온?)과 마크로스,
미국 애니메이션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보트를 보며
필요에 따라나 아닌 다른 존재로 변신하여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고 싶었다.

변신로보트의 꿈을 간접적으로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어느 극단에서 연기를 배우게 되면서부터였다.

로보트처럼 직접 몸을 변화시킬 수는 없었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연기하면,
함께 무대 위에 있는사람들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취급해주었고,
나 또한 연기에 몰입해서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 당시 기억나는 것은 눈물과 관련된 연기였는데, 특히 두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하나는 극단 안에서 일어났던 일대일 연기 대결이었는데,
마치 미국 서부영화나 유럽에서의 명예를 건 결투처럼
서로 마주본 상태에서 누가먼저 눈물을 흘리는지 즉흥적으로 대결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아역배우를 극단이나 영화사, 방송국에서 섭외해 갈 때
담당 조연출자나 PD가 눈물연기를 즉석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눈물연기는한 사람의 모든 연기력을 대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극단에서 배우수업을 받으면서
뛰어난 감수성을 응용하여빨리 눈물을 흘리는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테크닉을 연기학원에서 익히게 되었다.
그래서 급히 누군가 나에게 눈물연기를 도전하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도전에 응해준다음,
눈물을 흘리고 난 다음에는 태연하게 눈물을 닦고 하던 일을 마저 했던 기억이 난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다방에서의 눈물연기였다.
앞서 썼던 것 처럼, 아역배우에게 눈물연기를 즉석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면접을 보고 있는 다방에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여러번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접했던다양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자아를 잃어버린채남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변신로보트였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이 되면서연기세계와는 인연을 끊었지만,
그 이후로 나는 변신로보트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내 자신의 삶을스스로 이상하게 만들어왔었고
그런 삶으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많았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과 함께있을 때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후유증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아직도 특정 상황, 특정 상대, 특정 장소에서 변신로보트의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지금은 변신로보트의 후유증에서 많이 벗어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수련을 받은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고,
그 외에 치료레크리에이션, 심리극, 사회극,연극치료의 도움을 받은 것이큰 힘으로 작용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연극을 배우면서 경험했던

내 의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 타인의 의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

내 자신이 보는나의 모습과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

연기와 현실 사이에서의 혼란은
변신로보트의 후유증으로 일상생활에서 표출되어

나름대로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냈었던 것 같고
연극적인 방법을 치료에 도입하는 방법을 알게된 그 순간부터
변신로보트의 후유증을 긍정적으로 승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찾아낸 것 같다.

그러다보니 내가 해온 연극적인 방법을 응용한 치료/치유의 가장 큰 수혜자는바로 내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