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0일.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프로그램센터 특강을 마치고 들었던 생각.
'마음 편한 심리극'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우선, 내가 다양한 국내 전문가들의 심리극에서 느꼈던 ‘마음 편하지 않은 심리극’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권위를 내세워, 의도적으로 주인공을 자극하고 압박하고 괴롭히면서 분노와 눈물을 유도하다가, 갑자기 밝고 가벼운 분위기로 마무리 짓는, '병주고 약주는 진행방식’이 불편하다. 어떤 진행자는 사디즘이 감지되어 불편한데, 치료로 포장되어 불편하다...
2.
함부로 반말하고, 호통치고, 지레짐작하고,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가르치려 들고, 예언하고, 명령하는 예의없는 태도가 불편하다. 이런 태도가 카리스마로 해석되는 것 또한 불편하다.
3.
항상 정해진 기법과 순서와 도구에 주인공을 억지로 끼워 넣는, 유동성이 적고 예측가능한 진행방식이 불편하다. 주인공과 사연의 다양함을 무시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변수를 회피하거나 줄이려는 의도가 감지되어 불편하다.
4.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진행자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의도적인 진행이 눈에 띄고, 보조자아도 주인공도 진행자를 돋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불편하다. 진행자가 무대 위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다.
5.
모레노, 특정 단체, 방송출연 등을 내세우면서, 자신이 정통이고 진리이고 최고라는 것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것이 불편하다. 내 눈에는 대부분 국내 특정인의 영향을 받은 ‘나만의 심리극’으로 보이기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아무개식 심리극’이 보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맛집 소개 같아 불편하다.
6.
자신이 원하는 심리극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타인(주인공, 보조자아, 관객, 주최측)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불편하다. 자신의 무능을 타인에게 돌린다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다.
7.
심리극을 모두 마무리 짓고 자신의 독특한 진행 방식에 질문 받으면, 사회적 지위를 내세우거나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배운대로 했을 뿐이라고 답변하는 것이 불편하다. 자기가 진행한 심리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책임한 심리극이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다.
내가 정리한 일곱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진행자 중심의 심리극이어서 불편했다’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행자에게 “누구를 위한 심리극입니까?” 물어보고 싶다.
‘지경주식 심리극이 불편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있는데, ‘당신의 심리극은 내가 배운 심리극과 다르다!’로 요약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당신의 피드백을 존중한다.
‘진행자만 마음 편한 심리극’은 마음 편한 심리극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음 편한 심리극의 주체는 주인공을 비롯한 관객들이다. 여기에 보조자아가 마음 편하게 함께 참석할 수 있다면, 진행자 또한 마음 편하게 참석할 수 있다면, 보다 마음 편한 심리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심리극에 참석하고, 모두 함께 마음 편하게 심리극을 경험하고, 심리극이 끝난 뒤 각자 마음 편하게 귀가하고, 다음 심리극 시간에 마음 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마음 편한 심리극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마음 편한 심리극 분위기가 잘 조성되려면, 자극적인 일회성 심리극보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리듬의 심리극을 접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이를 위해 진행자를 포함한 참석자 모두의 존중과 노력이 필요해보인다.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마을 안에서 마음 편하게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드라마치료가 보급되기를 기원한다.
'마음 편한 심리극'은 내가 앞으로 어떤 심리극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경주식 심리극을 '마음 편한 심리극'으로 정의해주시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립정신건강센터 성인프로그램센터 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