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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시행착오의 산물

 

 

 

옛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발견한 사진을 하나 올립니다.
'지경주의 연극치료 워크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으로서

볼 때마다 쑥스럽고 부끄러운 사진이기도 합니다.

2005년 12월, 워크북 편집작업이 다 끝났지만

책 제목과 겉표지 선정문제로 출판사 디자이너와 함께 며칠동안 고민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디자이너께서는 최대한 많은 겉표지 디자인을 만들어 저에게 보내주었고,

저는 그 중에서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이었지요.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지경주의 연극치료 워크북'을 권유했지만

제 자신을 연극치료 전문가로 소개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생각과

어쩔 수 없이 제 자신을 앞뒤 표지로 사용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연극치료'보다는 '연극적인 방법을 이용한 활동기법'이 맞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결국 연극치료라는 단어가 훨씬 더 간결하고 전달력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사의 권유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프로필 사진을 앞뒤 표지로 사용하면서

원래의 '연극치료 워크북'이라는 제목은 '지경주의 연극치료 워크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제목을 결정하기까지 배려해고 기다려주신 양서원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위 사진을 하드디스크에서 지우지 않은 것은 

사람만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기념물'이자, '시행착오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실수의 유형을 탐색하고 반복되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을 시도했었습니다.

그런데 학창시절 이후에는 실수의 유형을 탐색하고 반복되는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보다는

실수와 실수하는 사람에 대한 비난의 마음이 더 커지고

실수를 모른척하거나 은폐하려는 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한때 저는 '잘 된 드라마', '못 된 드라마'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드라마치료를 평가했습니다.

심하게는 '실패한 드라마'라는 표현을

나와 다른 전문가에게(특히 나보다는 다른 전문가에게) 사용하기도 했고

내가 진행하는 드라마에 동참하지 않는 대상자들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저의 생각과 판단도

'드라마치료'를 실행하는 사람이 되기위한 과정 중에 발생한 오답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를 만들면서

앞으로는 제가 드라마치료를 진행하면서 불편하거나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기억들도

소중히 생각하고 잘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또한 지금까지 살아온 제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결심이기도 합니다.

연극적인 방법을 통한 만남 속에서 즐겁고 기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불편하거나 힘들었거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면

그때의 그 시간을 통해 내 자신을 반성하고

그 시간을 좀 더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데 감사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의 통로로 삼고 싶습니다.

 

연극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때마다

저의 성공적인 경험을 소개하고 나누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기회되는대로 '지경주식 오답노트'에 해당되는 여러 시행착오들 또한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