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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정신병에 방치된 이웃을 발견하셨을 때

이미 대처방법을 알고 계신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아서 글 올립니다.


저와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중에 복지관 관장님이 계십니다.

저와는 전화통화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메일로 연락을 해오셨는데,

정신장애인으로 추정되는 자원봉사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하셨습니다.


2년전부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무료식당에서 매일 봉사를 하던 중년 여성인데

타인과 의사소통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활동하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조금 특이한 점은 식판에 밥을 담지않고,

항상 냉면기에 밥과 반찬을 가득담아서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서 혼자 먹는 정도였습니다.

같이 먹자고 해도 자신은 혼자 밥먹는 게 좋다고 거절하는 정도였구요.

그런데 6개월전에 2~3개월정도 봉사를 오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자원봉사자 관리기록에 있는 전화번호가 틀렸고 결국 연락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한 달전부터 다시 자원봉사를 나왔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몇달째 입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고,

몸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서 다른 봉사자들의 항의가 심했습니다.

또한 타인과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손을 계속 떨고 멍한 얼굴로 한자리에 계속 서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직원이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를 거절한 채 계속 복지관을 나와서 우선은 일주일에 1회만 나오라고 했고

아무래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근처에 있는 정신보건센터에 문의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이러면 직무유기인데...)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신거였습니다.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신 이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구청에 의뢰해서 주소지와 가족관계를 알아냈는데

자녀는 없고 남편은 행방이 묘연하며, 친정 오빠는 있지만 연락을 이미 끊고 지내는 상태이며

동생이 처한 어려움을 전화로 알려드렸지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더라고 합니다.

그대신 그 자원봉사자는 미혼시절에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기도 했었는데,

결혼 후 남편의 사업실패와 자궁적출수술을 받고 나서 우울증을 겪었고

원래 자존심이 상당히 강해서 다른 사람의 간섭을 원하지도 않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주소지에 방문해보니 오래전부터 인근 주민들과 갈등이 많았다고 하는데,

집 앞에 살림살이나 쓰레기를 마구 버려두기도 하고

남이 버려놓은 쓰레기를 휘저어놓기도 하고

한밤중에 대성통곡을 하는 등 마치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인생'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일단은 혼자 살고 있는 듯하고 이대로 방치해두면 사태가 더 심각할 것 같아서

동사무소 사회담당과 주변 사회복지관을 직접 방문하여 도움을 요청해 두었고

친정 오빠에게 한 번 더 찾아봐 주십사 부탁해두었다고 합니다.

수시로 동사무소 직원에게 상황이 어떤지 점검하기로 했구요...

혹시라도 여러분 주위에 정신적인 이상이 있다고 판단이 되는 분이 있다면

먼저 가족들이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시고

방치되어있다고 판단되시면 인근 동사무소 사회담당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게 가장 무난합니다.

그리고 지역 정신보건센터에 문의하시는 방법도 있지요.

하지만 동사무소나 정신보건센터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은

직장 환경이나 마인드에 따라 심할 정도로 일처리의 격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일처리를 하고 있는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수시로 점검해주시는게 좋은데

굳이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고 귀찮기 때문에,

이웃이 어떠한 기행을 보여도 그냥 모른채 하거나 말다툼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동사무소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를 볼 때마다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시민정신의 발휘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