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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서필병원 마지막 심리극

 

 

 

목요일에 있었던 강서필 낮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본다.

 

이번 심리극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제시된 한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진행하고 싶다고 제의했다.

 

의견을 제시했던 회원이 손을 들어, 그렇다면 오늘은 '징크스'를 주제로 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환청만 들리면 무기력해지는 징크스가 있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직접 환청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지 부탁했고, 주인공의 동의를 받은 뒤, 관객에게 주인공 대역을 부탁했다. 자발적으로 한명이 주인공 대역을 지원했다.

 

주인공은 환청의 목소리를 직접 표현했고, 주인공 대역은 환청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연극을 마친 뒤, 주인공 대역은 자신의 환청 경험을 자발적으로 설명했고, 주인공도 공감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관객들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이 환청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인공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환청을 다루어보려고 노력했다.

 

주인공에게 환청과 대면하는 장면을 시도해도 괜찮을지 물어보았다. 주인공은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보조자아는 아까 주인공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연기했고, 주인공의 얼굴과 몸의 긴장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보조자아의 연기가 80퍼센트 정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주인공이 보조자아의 목소리에 계속 반응하는 것이 보여서, 자칫 주인공이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니, 환청과 실제 대화하는 것 같아서 무기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진행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제의했다. 환청을 마주한 상태에서 주인공은 자기자신을 연기하고, 나는 주인공의 또 다른 분신을 맡아 환청에게 짧게 반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환청이 주인공에게 말을 걸면, 주인공은 위축된 모습으로 환청의 말에 길게 대답했고, 주인공의 말이 끝나는 즉시 나는 곧바로 짧게 환청에게 반박했다.

 

주인공은 환청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주인공은 환청에게 원망하기도 했고 애원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보조자아의 환청연기에 몰입된다고 판단되어, 나는 서로 자리를 바꿔보자고 제의했다.

 

환청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주인공의 위축된 모습을 연기했다. 주인공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뒤 환청에게 애원하는 말을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내가 연기했던 것과 비슷하게, 짧게 대사해보기를 권했다.

 

주인공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내가 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따라해보았다. 주인공은 여러번 짧은 반박을 시도하면서, 점점 큰소리로 환청을 향해 반박했고, “이제는 지긋지긋 하니까, 제발 그만 좀 해!!”라고 외쳤다.

 

주인공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평소 낮병원 회원들이 환청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려줄 때마다 머리로만 이해될 뿐이었는데, 이제 좀 더 이해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환청에게 반박해보았고, 속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의 환청은 마치 ‘떨어질 수 없는 오랜 연인’ 같아서,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다정하기도 하고, 때론 화나게 하기도 하고, 때론 위로가 되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환청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끔 힘이 되는 말을 해줄 때가 있는데, 그때는 환청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이 환청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다리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주인공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다음주 목요일은 삼일절 공휴일이어서, 주인공은 2주일동안, 오늘 심리극에서 연습한 ‘환청에게 짧은 말로 방어하는 연습’을 시도할 예정이다. 나는 2주뒤 심리극 시간에 주인공을 만나 연습 성과를 들어보고, 함께 환청을 상대해보기로 약속했다.

 

심리극을 마친 뒤, 나는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에서 평소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갑질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불쾌한 통보를 받았다.

 

낮병원에서 진행한 심리극이 '강서필병원에서 진행한 마지막 심리극'이 되었다.

2주뒤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