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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된 우리 아이에게

안녕!
지금 이 편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빠가 과거에서 미리 보내는 것으로,
아빠가 보여준 평소 모습과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이 편지는 언젠가 만나게 될 너를 어떻게 키우고 싶은지에 대한 아빠의 생각을 담고 있어.
너가 어른이 된 뒤에 이 편지를 보았을 때, 좀 더 객관적인 참고가 되도록
‘구성주의’라는 이론에 대해 함께 설명하면서 길게 편지를 쓰려고 한다.
그러니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해.

편지를 읽고 난 뒤, 모르는게 있으면 아빠한테 물어봐 줘.

구성주의는 영어로 structuralism이라고 부르는데, structure라는 말에서 나온거야.
structure는 건물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 알지?
첫째 돼지의 초가집과 둘째 돼지의 나무집을 쓰러뜨린 심술궂은 늑대가
셋째 돼지의 벽돌집은 쓰러뜨리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왜 늑대는 셋째가 지은 벽돌집은 쓰러뜨리지 못했을까?
알다시피 셋째는 처음부터 튼튼하게 벽돌로 집을 지었기 때문이지.

갑자기 어느 학습지 광고에 ‘기초를 튼튼하게!’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나네...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면서 건물을 지으면 튼튼한 건물이 되는 것처럼,
공부도 예습과 복습과 숙제를 통해 기초를 잘 다지면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건데,
어떤 뜻인지 알겠지?

구성주의는 마치 집을 짓듯이,
각자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공부를 잘 하는 아이도 있고,
공부를 못 하는 아이도 있다고 보는 관점이야.

공부를 집에 비유해서 내가 문제를 내볼게.

매일 학교에서 딴 생각하고 장난치고, 놀기만 하는 어떤 아이가 있어.
그리고 평소 예습, 복습, 숙제도 안하고 시험공부도 따로 안한대.
이 아이의 성적은 과연 어떨까?
이 아이의 성적을 건물로 비유한다면 ‘부실공사 건물’이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구성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방금 예로 든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으니, 성적이 안 좋을거라고 예상할 수 있어.

부실공사 건물 중에서는 다시 짓거나 보수공사를 해서 튼튼한 건물로 바꿀 수 있듯이,
공부 못하는 아이 중에는, 공부 습관을 바꾸거나,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거나,
꾸준한 보충학습을 통해 성적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봐.

하지만 머리를 다쳐서,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 공부보다는 다른데 더 흥미가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은 그럴만한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에
공부 못한다고 함부로 무시하거나 놀리면 안 되는거야. 알겠지?

자! 구성주의의 관점에서 이번에는 만화영화를 살펴보자.

피구왕 통키라는 만화영화 들어봤니?
1990년 초반에 나온 만화영화라서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구나.

유명한 피구선수였던 아버지를 둔 나통키(이름도 참 이상하다...)라는 아이가
피구명문 태동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같은 태동초등학교 피구부원들과 피구 실력을 겨루고,
같은 동네에 있는 다른 피구명문학교 피구부와 실력을 겨루고,
더 넓은 지역에서 보다 뛰어난 다른 초등학교 피구부와 실력을 겨루고,
전국에 있는 보다 보다 뛰어난 다른 초등학교 피구부와 실력을 겨루다가,
나중에는 전세계를 대표하는 외국 피구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는 만화영화야.
주인공은 피구선수 아버지의 아들로서, 피구에 약간의 재능을 갖고 있는 장난꾸러기었지만,
피구를 잘 하는 다른 아이들을 상대하고 난 뒤,
그 아이들을 이길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나중에는 통키 아버지만이 할 수 있다는 불꽃슛도 던질 수 있게 돼.

이 과정을 구성주의 관점에서 내가 요약해볼게.

“나통키는 피구를 잘하는 다른 아이들을 이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면서 피구선수로서의 경험을 쌓은 결과, 뛰어난 피구선수가 될 수 있었다.“

문득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토마스 에디슨의 명언이
구성주의와 잘 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볼께. 뛰어난 피구선수 나통키가 축구선수가 되려면 어떻게 하지?
통키는 피구선수로서 공을 손으로 잡고 던지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발과 머리로 공을 차는 축구선수가 되려면 그에 맞는 연습을 또 다시 열심히 해야겠지?
그리고 뛰어난 축구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겠지?

그렇다면 통키가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미술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학교와 집에서 예습/복습/숙제 잘하고, 피아노 학원 다니고, 미술학원에 다니면 되겠네?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아이는 태권도장, 속셈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한 학원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배우기도 해.
이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이유를 구성주의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을거야.

“태권도장, 속셈학원,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태권도, 속셈, 미술, 피아노에 대해 잘 알게 되는데,
이런 경험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구성주의 관점을 도입해서 학원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본다면,
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에게는 학교 공부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놀이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마주하는 기회를 접하고
도서관이나 집에서 많은 책과 그림과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
그러면서 틈틈이 산책도 함께 하고 싶어.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보다 폭넓고 깊은 생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물론 너가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한가지 정도는 지원해줄 생각이야.
만약 여러 가지 것들을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다면,
먼저 내가 지원해준 한가지를 제대로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놀이와 자원봉사에 시간적으로 방해가 되지 않는지 엄마와 아빠가 확인해보고
너의 의견이 타당한지 직접 너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결정하도록 할게.

나는 자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그런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너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너가 하고 싶은 것을 무조건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너의 의견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도 잘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

나는 너가 어른이 될 때까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지내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주고 싶어.

때와 장소와 상대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도, 보류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는 능력을 스스로 잘 갖춘다면, 
너 혼자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살면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잘 판단할 수 있는 어른이 되리라 믿어.

나중에 이 편지가 초등학교 5학년생이 된 너에게 전달될 때,
지금의 내 생각이 그때에도 한결같을지 궁금하구나.
편지 읽느라 수고 많았고, 나중에 시간될 때 아빠한테 답장부탁해.

오늘도 내일도 화이팅!!



항상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려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