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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보조자아의 자기노출에 대해서

<보조자아의 자기노출에 대해서>

 

 

나는 보조자아의 경험을 통해 심리극을 접했고, 보조자아의 경험 덕분에 내 삶이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심리극 진행자(director)라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조자아(auxiliary ego)는 심리극에서 남녀노소를 초월해 조연배우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독특한 존재로서, 주인공의 분신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때론 주인공을 보호하기도 하고, 자극하기도 하고, 이끌기도 하는 독특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보조자아는 주인공에게서 비롯된 존재로서, 누가 주인공이 되는지에 따라 보조자아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기에 보조자아는 심리극에서 단기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독특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다.

 

나는 보조자아를 투명한 유리컵에 비유한다. 주인공의 마음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아서 주인공에게 보여주는 것을 보조자아의 기본적인 역할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보조자아는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대면하는 ‘모델이자 반영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심리극을 진행할 때, 주인공 경험을 할 사람이 없으면 진행요원으로 참여하는 보조자아를 주인공의 자리에 앉게 하여 심리극을 시작하기도 한다. 보조자아를 심리극 진행의 마중물로 활용하는 것인데, 마중물로서 보조자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장면을 설정하고 그 장면에 관객을 초대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주인공 자리에 앉아있는 보조자아는 주인공이 아니다.

 

보조자아가 만약 투명한 유리컵의 역할을 맡지 못하고 자신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생각을 노출하면서 주인공 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게 된다면,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진행자는 보조자아와 별도의 면담을 통해 보조자아가 사적인 어려움에 처한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젤카 모레노가 말하는 ‘보조자아의 역할 다섯 가지’를 내 나름대로 재해석해본다면, 보조자아는 디렉터보다 훨씬 더 주인공 가까이 위치하여 주인공의 언행을 관찰하면서, 주인공의 내면을 이해하고,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극 진행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주인공이 설정한 인물을 최대한 비슷하게 묘사하여 주인공의 심리극 몰입을 돕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젤카 모레노는 '보조자아 역할을 자발성 훈련의 일부'로 보았는데, 주인공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동시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 창의력을 동원하여 주인공이 경험한 그대로 역할을 재연해야 하는 역할을 보조자아가 맡았기 때문이다.

 

관객 중에 누군가 보조자아가 된다면, 그 보조자아는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심리극에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진행요원으로 참여하는 보조자아는 심리극 진행도중 자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생각이 노출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혹시라도 심리극 진행도중 어느 정도까지 나를 표현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나의 언행이 주인공을 위한 심리극에 방해가 되는지’를 고려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진행요원으로 심리극 보조자아의 역할을 맡는 순간, 보조자아는 ‘주인공의 인적자원’이고 ‘주인공을 위한 인적자원’이며 ‘주인공에 의해 역할을 부여받는 인적자원’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심리극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보조자아가 자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노출할 경우, 진행자는 더 많이 노출되기 전에 극을 중단하거나 노출된 내용을 어떻게 극 안에서 수습할지를 결정하고, 보조자아의 상태를 확인하며,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진행요원으로 참여하는 보조자아는 ‘언젠가 주인공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소중한 인적자원’이라고 생각하기에.

 

-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장 지경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