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론적 관점에서 본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문제

일 그리고 공부 2009.04.17 17:27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 2006년 3월 2일에 싸이월드 페이퍼에 올렸던 글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


 

갈등론적인 관점에서 본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문제

 

 

1. 서론
   사회갈등은 어떤 사회체계 외부에서 유입되는 외부적인 갈등일 수도 있고, 사회 내부에서 발생하는 내부적인 갈등일 수도 있다. 사회학적 갈등이론은 역사적인 사건을 사회내부의 구조적인 요소에서 끌어냄으로써 그것의 원인과 진상을 밝히는데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본 발표문에서는 랄프 라렌도르프(Ralph Dahrendorf)의 ‘거시적 갈등이론’과 Matza(1964)의 ‘모순적 사회화 이론’을 토대로 갈등이론을 설명하고, 그에 따라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문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2. 거시적 갈등이론
   다렌도르프는 기능주의 학자들이 사회를 안정과 통합에 의한 정태적인 것으로 보는 것에 반해, 사회는 분쟁과 갈등에 의해 항상 변화하는 변증법적 실체로 보았다. 그래서 기능주의 관점의 학자들이 사회를 사회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는 데에 비해 다렌도르프는 사회질서의 바탕이 구성원들의 합의라고 보기 보다는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를 강제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사회체계가 다양한 지위의 위계질서를 갖고 있고 각 지위는 그에 맞는 권위나 권력을 수반하며 이러한 권위나 권력의 차이가 바로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다렌도르프는 사회체계나 사회조직을 ‘권위에 의해 조정된 체계’라고 명명했고, 높은 권위나 권력을 갖고 있는 지배층에 속하는 집단은 항상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피지배층은 기득권의 재분배를 위한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권위에 의해 조정된 체계’ 내부에는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서로 대립하고 있는 잠재적인 유사집단 유사집단이란 조직화되지 않은 잠재적인 이해관계를 근거로 모인 단순한 집합체로서, 사회적 조건(구성원간의 원활한 충원과 의사소통), 정치적 조건(집단활동의 자유보장), 기술적 조건(지도자, 집단의 이데올로기, 물질적 수단)이 충족되어야 이익집단이나 갈등집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유사집단은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이익집단이나 갈등집단으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등장한 갈등집단은 사회구조의 변화를 야기시키는 행위에 참여하게 되며, 갈등이 격렬하면 일어나는 변화도 그만큼 급진적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불평등을 느끼는 사람은 많으나 이를 해소하고 사회구조를 격렬하게 변화시킬만한 전국민적인 급진적 운동은 4.19 혁명이후로는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회구조의 변화를 촉진시킬 눈에 띄는 이익집단이나 갈등집단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어쩌면 강한 반공의식이 한국사회 내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사회구조에 관한 강한 비판은 곧 국가를 전복시킬 공산주의와 같이 취급될 수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우리사회는 불만섞인 목소리만 많은, 잠재적인 유사집단들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보리고개를 이겨내고 경제성장의 단맛을 보았다가 IMF의 쓴맛을 본 중장년층들의 입장에서는 사회에 대한 비판보다는 먹고 사는게 더 우선시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에서 뚜렷하게 불평등을 겪는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은 주기적인 관심만 받을 뿐, 자연스럽게 사회 안에서 포용되는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 그나마 ‘사회복지제도’가 있기에 이들이 사회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하지만, 이는 정치적인 논리와 연결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튼튼한 안전망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국가의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민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의료보험에서도 접할 수 있다. 국민연금과 관련하여 이탈리아는 총리가 노인연금을 특정 금액 이상으로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뒤 이를 지키지 않아 시민들에 의해 법정문제가 되었고 이는 곧 총리직 사퇴를 이끌어냈으며, 스웨덴의 경우 사회복지 제도를 정치쟁점화 하지 않기로 정치인들끼리 합의를 보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는 항상 정치쟁점화 되는 이슈꺼리이며 항상 선거 때마다 제시되는 가장 큰 공약상품이고 공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들이 모두 일치단결하여 범국민적인 법정문제로 확대시키지 않는다. 이러한 국내 사정으로 인하여 우리 정부는 마치 기득권 세력과 비기득권 세력과의 갈등 사이에서 불거져 나오는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땜질을 하듯 사회복지정책을 실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3. 모순적 사회화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청소년폭력·학대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 보호를 법제화 시켜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1960년대 이후의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1차 산업(농림수산업)의 비중은 1965년 58.6%, 1975년 45.9%, 1985년 24.9%, 1993년 14.8%로 낮아졌고, 2차 산업(광공업)의 비중은 1965년 10.4%, 1975년 19.1%, 1985년 24.5%, 1993년 24.2%로 조금씩 높아졌으며, 3차 산업(사회간접자본 및 기타 서비스업)의 비중은 1965년 31%, 1975년 35%, 1985년 50.6%, 1993년 61%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주었다. 또한 농촌지역 인구와 도시지역 인구의 역전현상으로 인하여 한국사회는 농촌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급격한 이행과 경제활동의 중심이 농촌에서 도시로 전환되었다. 그러는 동안, 국가의 산업화 정책은 선성장 - 후분배를 위해 수출주도형으로 이루어지면서 내수산업보다는 수출산업, 농업보다는 공업, 노동보다는 자본,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을 편파적으로 지원/육성하였고 이러한 산업화 과정은 부문간/지역간/계급간 불평등의 악화로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Matza(1964)가 말하는 ‘모순적 사회화’를 적용해본다면,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 속에서 청소년은 사회화과정을 통해 서로 대립되고 서로 모순되고 서로 상충되는 가치이념의 태도와 행동방식을 학교와 가정, 사회를 통해 동시에 배우면서도, 어느 것도 자신의 것으로 확고하게 내면화시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일부 청소년들은 사회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 사회화 과정을 통해 구조적 모순과 다양한 문화적 양식의 혼재 속에서 표류하고 좌절하는 청소년들은 비행의 유혹을 받기 쉽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4. 갈등주의와 청소년 비행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의무교육 과정 속에서 주로 성적으로 인한 불평등을 경험한다. 요즘 서울의 특정학군 출신들이 명문대에 입학하는 비율이 점점 더 늘고 있고, 일상적인 교과교육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기에 사교육비에 많은 투자를 해야만 하며, 극단적으로는 교육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일이 생기면서, 사회적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특정 학과를 가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금전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통해 예전과는 달리 점점 더 사회적인 지위가 수직 상승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고, 그만큼 청소년의 교육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적 사회화 과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청소년 비행은 한국사회에 내재된 불평등으로 인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갈등주의와 청소년보호법
   청소년보호법은 불평등으로 인한 산물로 발생하는 청소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예방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지만, 갈등주의적인 시각에서 보면, 청소년과 성인을 사회 기득권층의 이념에 맞게 규제하기 위한 법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풀어서 쓴다면, 청소년은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과 업소를 접하면 안되고, 마치 모든 어른들이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된 것처럼 이에 발맞춰 어른들도 이러한 매체물과 약물과 업소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을 위배하는 사람들은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하는 우리의 청소년들의 인생을 망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모순적 사회화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관점에서 청소년보호법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애들은 가라!’라는 말이나 ‘애들이 보면 어쩌려고 이러세요!! 애들보기 부끄럽지도 않아요?’라는 말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대표적인 표현이 아닐까? 입시 때문에 관련학과 지망생을 제외하고 많은 고등학교의 음악, 미술, 체육과목이 소외당하는 현실에서, 예술작품의 음란물 시비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의 갈등이나 인터넷 성인물 컨텐츠의 규제와 성인의 성인물 컨텐츠 접촉 자유 사이에서의 갈등은 청소년보호법과 갈등주의와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6. 결론
   갈등주의적인 관점에서 한국사회와 청소년 비행, 청소년 보호법을 본다면,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회적인 문제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청소년 비행이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생겨난 법규 중에 하나가 청소년보호법이라고 했을 때, 청소년보호법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을 이어가기 위해 ‘청소년의 보호’를 내세워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사회 기득권층의 이념에 맞게 규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에서 발생한 모순적 사회화와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이 계속 다음 세대의 청소년들에게 전달되다보면, 언젠가는 시대변화에 눈을 뜬 많은 청소년들이 반복되는 모순적 상황을 타파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초래할만한 눈에 띄는 이익집단이나 갈등집단이 없어 보이기에 당장은 보수적인 성향의 안정이 지속될 수 있겠지만,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불평등은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계속 표출되고 있기에, 특정 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마다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급조된 복지정책들은 더 크거나 새로운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유발하면서 언젠가는 급진적인 사회 변화를 일으킬 엄청난 집단을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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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청소년보호법과 청소년 문제' 세미나를 하던 중에
제가 갈등론의 입장을 맡게되어 간단하게 작성해 본 발표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