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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Poverty and Entitlements

아래는 제가 쓴 싸이월드 블로그(구 미니홈피 페이퍼) 33호(2007년 8월 17일 작성)글 입니다.
이 책을 소개해주시고 조언해주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응렬교수님 감사합니다.

 



POVERTY AND FAMINES

An Essay on Entitlement and Deprivation


(Study undertaken for the World Employment Programme,
launched by the International Labour Organisation in 1969)

Amartya Sen
Oxford University Press, reprint (1984)
(first published in 1981)

Amartya Sen won the Nobel Prize in Economics in 1998
for his work in welfare economics.

 

 

*** 이 책의 제1장 Poverty and Entitlements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

 

 

   기존의 기아에 대한 이론은 줄어든 식량가용량(food availability) 때문에 기근이 발생한다는 가용량감소(food availability decline)이론과 이 이론을 근거로 총가용량(aggregate availability)의 변화를 보는 가용량 감소 접근법이었다. 

   Porverty and Entitlement의 저자인 Sen은 저서에서 가용량 감소 접근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으로 지위(entitlement)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즉, 기아에 대한 관점을 식량이 없는가 being not enough food to eat 가 아닌, 식량을 가질 수 있느냐 not having enough food to eat 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entiltlement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entitlement의 형태는 아래와 같다.

 

1. 교역에 의거한 entitlement 
: 타인과의 교역에 의해 교환한 것을 소유할 수 있는 지위.

2. 생산에 의거한 entitlement 
: 자신이 소유한 자원을 이용해 생산한 것을 소유할 수 있는 지위.

 3. 노동력에 의거한 entitlement
: 자신의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는 지위.

 4. 상속과 양도에 의거한 entitlement
: 상속과 양도를 통해 소유할 수 있는 지위.

 

   나는 지금까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아프리카의 기아와 관련된 소식을 접할때마다, 하루빨리 그 지역에 식량을 비롯한 다양한 원조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했었다. 이러한 생각은 80년대 중반 유명 팝가수들이 모여서 We are the world라는 노래를 부르는 이벤트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유명연예인들이 원조가 필요한 국가에 다녀오고, 유명 여행전문가가 구호활동에 나서고 있기도 하고, 매년 여름마다 기아체험 이벤트도 열리고 있다. 하지만 We are the world는 어느덧 20년 전에 나온 올드팝송이 되었고, 아이들의 야윈 모습은 계속 사진으로 접하게 되고, 구호활동은 끝이 보이지 않고, 한국의 학생들이 실내 체육관에 마련된 접이식 의자에 힘겹게 앉아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면서 일시적인 금식경험을 하는 동안, 아프리카는 여전히 굶주림의 땅으로 남아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와 다양한 민간구호단체들이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데, 왜 특정 지역의 기아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유용한 관점이 바로 Sen이 제시한 entitlement 접근법으로서, 특정 지역에 식량이 보내어져도 정작 특정 지역에서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은 식량을 가질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을 해석하는데 유용했다.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 Jean Ziegler가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언급했던 소말리아의 상황에 entitlement를 적용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소말리아는 원래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했던 국가였다. 그런데 정부에서 값싼 외국농산물을 대규모로 수입하고 물가불안으로 인한 농업생산비용(연료비와 비료값 포함)이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생산에 의거한 entitlement를 박탈했고, 가축보건의 민영화로 인한 축산업생산비용의 증가는 유목민의 생산에 의거한 entitlement를 박탈했다. 결국 농민과 유목민의 생산에 의거한 entitlement의 박탈은 곡물을 가축용 사료로 팔거나 가축과 물물교환 해오던 이들에게 교역에 의거한 entitlement의 박탈을 가져다주었고, 결국 소말리아 농업과 축산업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되면 상속과 양도에 의거한 entitlement가 없거나 약화된 농민과 유목민들은 건강상의 문제로 노동력에 의거한 entitlement 또한 박탈당하는 위기에 쉽게 노출될 것이며,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이들의 후손들도 선친들과 마찬가지로 상속과 양도의 entitlement가 없는 상태에서 난민 보호소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도시로 몰려 슬럼을 형성해 오로지 노동력에 의거한 entitlement에 의지하면서 반복되는 기아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정부상태와 군벌들간의 무력 대립으로 인한 불안전한 국내 치안은 외부의 식량원조를 차단하고 있고, 그나마 간신히 국내에 유입되는 원조물품들은 군벌들이 대부분 독식한다. 그야말로 식량은 분명히 소말리아에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굶주리고, 무력에 의거한 entiltlement(이것은 특정인에게 부여된 무력이 계속 유지되는 동안 자신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의 entiltlement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entitlement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를 갖고 있는 극소수만이 식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블랙호크 다운'의 초반 장면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ntitlement의 개념을 접하고 나서 우연히 접하게 된 신문기사에 시험삼아 entiltlement를 적용해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무심히 읽고 지나쳤을 기사였겠지만 기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식량을 가질 수 없는 상황(not having enough medical service to live and not having enough food to eat)을 유추해 볼 수 있어서 이미 20년전에 entitlement를 제시한 Sen의 관점에 감탄했다.



 - 키 자꾸 작아지는 미국인들 -

   미국 ABC방송은 프린스턴대와 독일 뮌헨대가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믿기 힘들지만 미국 사람들의 평균 키가 작아져 많은 유럽 선진국 국민에게 추월당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중략) 미국인들 중 1975년부터 83년 사이에 출생한 백인들은 다시 평균 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해당기간 중 태어난 흑인들의 키가 계속 작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전체적으로 키가 작아지는 흐름은 되돌려 놓지 못했다.

   미국인의 평균 키가 작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불평등한 의료 혜택과 패스트푸드에 점령당한 식습관을 꼽았다. 연구팀은 "사람의 키는 빠른 성장이 진행되는 청소년 시절에 어떤 음식을 섭취하고 어떤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사람의 키가 큰 것은 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혜택을 어렸을 때부터 전 국민에게 골고루 제공하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는 부유층은 키가 크지만,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키가 작아 평균 신장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4700만 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Entitlement는 빈곤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처해있는 문제들을 살펴볼 때에도 좋은 관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entitlement의 관점은 사회복지사의 시선을 보다 폭넓게 만들어 줄 수 있고 사회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통찰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 개인의 문제나 가족의 문제에 개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entiltlement의 관점을 통해(예를 들어 식량을 가질 수 없는 상황not having enough food to eat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not having enough service to live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회문제를 살펴보고 사회운동으로 개입할 수 있다면 다수를 위한 훨씬 더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자료>
- 한승훈, 북한의 기근에 관한 연구, 서강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석사논문, 1999
- 미셸 초스도프스키, 빈곤의 세계화, 이대훈(역), 도서출판 당대, 1998
-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유영미(역), 도서출판 갈라파고스, 2007
- 2007년 6월 21일 중앙일보 박경덕 기자의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