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이 역할혼동을 보인다고 해서 무대 밑으로 쫓아내고, 상대적으로 좀 더 기능이 좋은 사람을 새롭게 주인공으로 정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주인공의 기능적인 문제로 기법 적용이 어려워도 심리극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심리극 진행자는 주인공을 지원한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고, 내담자가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심리극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담자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내담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함께 논의하고 연극적인 방법으로 옮겨보면서 심리극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팟캐스트 이드치연구소 제15회 방송, 생로병사 심리극을 소개합니다.
팟캐스트 제15회 방송 내용은 전자책으로 출판된 '팟캐스트 이드치연구소 제2집’을 통해, 보다 더 자세하게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드치연구소'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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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몇년 전, 어느 병원 심리극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마술가게로 심리극 주인공을 정할 때마다, 계속 주인공을 지원했던 환자가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심리극에서 주인공이 되어보는게 소원이라고 했다.
그의 사연은 두서없이 뒤죽박죽이었고, 디렉터는 그가 주인공이 되기에 부적절하다고 했다. 심리극이 끝나고 나를 포함한 몇몇 보조자아들이 디렉터에게 '그 환자에게 주인공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디렉터는 정신과 치료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의사의 판단에 함부로 이의제기 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마술가게 진행을 하면서, 디렉터를 대신해서 그 환자에게 "다음 기회에 또 방문해주세요."라고 계속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그 환자는 여러번 거절을 겪은 뒤, 마술가게를 진행하는 우리에게 화를 냈고, 디렉터는 그 환자를 심리극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몇달 뒤 그 디렉터는 자신의 진행에 계속 이의를 제기하고 의견을 제시했던 보조자아들을 내쫓았고, 자신의 말에 복종하는 보조자아들만 남겨두었다.
덕분에 나는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주인공을 지원하는 분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려고 노력한다.
심리극 진행자는 주인공을 지원한 내담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고, 내담자가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면, 심리극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