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사연 다루기

드라마치료 2019.03.05 20:54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사진은 동네 산부인과 병실에서 찍어본 풍경.

 

다음달이면 이 동네를 떠난다.

사람사는 느낌이 강한 동네라 좋았는데...

며칠 전 괜찮은 백반집을 한 곳 발견했는데...

아쉽다...

 

오늘 진행했던 심리극을 떠올려본다.

 

지난주 자발적으로 한분이 심리극 주인공을 예약했고, 곧바로 다루고 싶은 사연을 설명했다.

 

주어진 한시간 내에 어떻게 사연을 다루면 좋을지 일주일 동안 생각했다. 주인공이 좀 더 정리된 사연을 이메일로 보내주어, 극화작업이 수월했다.

 

주인공은 부당함을 호소했다가, 또 한번 부당한 일을 겪었다. 주인공은 같은 상황에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고 싶다고 했다.

 

심리극을 시작하면서, 나는 관객들에게 사연을 소개하고 악역배우 오디션을 실시했다. 자원봉사자, 실습생 중에서 선발할 생각이었다. 의외로 몇 분이 자발적으로 악역배우 오디션에 지원했고, 주인공도 지원해서 풍성한 느낌의 오디션이 되었다.

 

주인공에게 방금 연기하신 분 들 중에 최종 악역배우 선발을 부탁했다. 주인공은 두 분을 지목한 뒤, 두 분 중에서 한분이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이 선택한 두 분과 주인공을 포함해 세 분이 돌아가면서 악역을 맡는 방법을 제의했고, 동의를 받았다. 관객들에게는 모두 한번씩 주인공의 대역이 되어, ‘내가 만약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연기해주기를 부탁했다.

 

주인공이 제일 먼저 자신이 겪었던 부당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제의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순서를 바꿔서 마지막 차례에 보여주기를 제의했다. 주인공은 나의 제의해 응해주었다.

주인공은 악역배우가 되어, 주인공 대역을 상대하기도 했고, 관객석에서 악역배우와 주인공 대역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마지막 차례에 주인공이 직접 당시 상황을 재연했다. 재연에 의하면, 주인공은 악역배우의 부당한 태도에 길게 항의하지 않았고, 악역배우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르는 모습이었다.

 

모든 참가자들의 연기가 끝나고, 주인공은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모습(상대방에게 사과를 요청)을 보여주신 주인공 대역도 있었고, 자신의 당시 언행과 비슷한 분들도 있다고 했다.

 

시간관계상 마무리 지으려했으나, 장면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인공에게 한번 더 재연해 달라고 부탁했고, 자원봉사자 한 분에게 악역을 부탁했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편이 되어, 한마디씩 해달라고 부탁했다.

 

함께 한 모든 분들 덕분에 무사히 심리극이 마무리 되었다. 주인공의 상황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고, 주인공의 욕구를 잘 다룬 것 같았다. 마지막 주인공에게 관객들이 힘을 실어준 것도 의미있었던 것 같다.

 

쉐어링 시간에, 주인공이 자발적으로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인사 하는 것으로 심리극이 마무리 되었다. 심리극이 끝나고, 주인공이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다뤄주어 고맙다고 했다. 기뻤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일이지만, 연극적인 방법으로 지금 이 순간 과거를 재연하고 변형하는 작업을 통해, 특정 과거에 얽힌 주인공의 감정을 정리하는데 도움되고 싶다. 정리가 잘 안된다면, 잘 정리될 수 있도록, 심리극을 통해 계속 함께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