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9일 목요일 오후 1시 15분경, 강서필병원 부근 식당 안에서 찍어본 사진.
강서필병원 심리극 들어가기 전에 냉면 한그릇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들어간 병원 근처 식당은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사장님 겸 주방장 겸 종업원을 맡아 운영하는 소규모 식당이었다.
강서필병원이 갑자기 정전되어 심리극 진행이 지체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좀 더 여유있게 식사했다.
사장님 혼자 손님을 상대하다보니 자리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
내가 직접 청소하고 그릇을 정리한 뒤 식비를 지불했다.
사장님은 나에게 거스름돈을 건네며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 고맙습니다!"라고 말했고,
나는 "제가 하고 싶어서요. 잘 먹고 갑니다."라고 대답했다.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서 한 일이었기에 기뻤다.
조금 늦게 시작된 정신증 환자 심리극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게 확보했고, 멀리 놓인 빈의자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에게 큰소리로 "야!"라고 불러보고 싶었던 사람, 어머니에게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었던 사람, 열번 쓰러져도 열한번 일어날 수 있다면 그 삶은 가치가 있다고 외친 사람, 강제로 보육원으로 끌려간 아이를 그리워 하는 어머니, 왜 계속 입원해야하는지 누나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사람, 동생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사람, 자기 자신에게 정신차리고 힘내자고 말하고 싶었던 사람, 강제입원시킨 남편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싶었던 사람,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싶은 사람, 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싶은 사람,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뒤 이제라도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하는 사람...
관객 대다수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진 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했다.
나는 늘 일요일마다 일주일 동안 만나온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종교에 상관없이 기도해왔는데,
최근 동성애 논쟁을 겪으면서 나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내 아이에 대한 저주성 예언을 듣고 난 뒤 개신교인으로 살지 않기로 결심했고, 지난 주말에는 처음 기도하지 않았음을 사람들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방금 여러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여러분을 위해 다시 기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사람들의 박수와 격려, '아멘'을 들을 수 있었고, 선생님의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기를 기원한다는 한 사람의 외침과 그에 따른 여러 사람들의 동의와 맞장구에 감동 받았다.
심리극이 끝나고 나에게 한번 더 지지와 격려의 인사를 전해주신 분, 이제 며칠 뒤 퇴원인데 심리극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해주시는 분,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씀해주신 분들 덕분에 또 다시 감동받았다.
이 자리는 원래 다양한 사연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을 위한 심리극이었다. 그런데 한순간 심리극을 진행하러 온 내가 주인공이 되었고, 자발적으로 나서주신 관객들의 지지/격려를 받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덕분에 나의 기도는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아래는 내가 7월 4일 토요일에 작성한 글.
- 아래 -
저는 더 이상 제가 개신교인이 아님을 알림으로서
개신교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저는 개신교인이 아니었을 때 개신교인들의 차별을 가슴깊이 경험한 적 있고,
개신교인이 되어서는 더 큰 차별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세월호 사건과 같이 이웃의 슬픔을 외면한 채 전도와 헌금에 몰두하는 교회에 유감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목사, 사모, 전도사, 장로의 직책을 내세워 저를 함부로 대하고 물질을 요구하고
제 신념에 함부로 평가/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또한 개신교인으로서 받을 수 있는 특혜(예를 들어 교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거나, 특정 개신교 재단에서 만든 대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를 포기하겠습니다.
특정 개신교인들이 혐오하는 '동성애자'를 존중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제가
과연 남자와 항문섹스를 즐기다 에이즈로 죽게되는 예정된 삶을 살게 될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제 아이가 동성애자로 자라는 예정된 삶을 살게 될지 잘 지켜봐주십시오.
제가 인터넷 소통을 그만두지 않는 한, 여러분이 제 삶의 증인이십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