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7일의 기록을 정리한다.
이번주에 진행하게 될 업무들을 점검하고 준비하던 중,
먼저 잠자리에 든 아내가 뭐라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안방에 가보니 아내는 누군가에 맞서는 듯 했고,
나는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더 들어보았다.
아내는 지금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작은 목소리로 내가 곁에 있음을 알렸고,
두 손을 내밀어 아내의 한쪽 어깨와 한 손을 살짝 잡아주었다.
그 순간 아내의 긴장이 이완되면서 조금 더 깊은 수면으로 들어가는 듯 했다.
아내가 고른 호흡을 하며 잠든 것을 확인한 뒤,
아내가 혹시라도 빨리 잠에서 깰 수 있도록 낮은 조도의 스탠드 조명을 설치했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잠시 생각해보니, 몇달동안 어떤 사람 때문에 아내의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체계적으로 전문가 과정을 밟으면서, 임상경험도 있고, 명문대학원에서 공부하면 뭐 하나!
정신건강의 증진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내담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와 좌절을 주는 '사람잡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사람잡는 전문가'는 내담자 뿐 아니라, 내담자의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
그리고 동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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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출근 준비하는 아내에게 물어보니,
꿈 속에서 형체가 불분명한 유령같은 것이 아내를 괴롭혔고 무서웠는데,
내 목소리가 들리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한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고 있어서,
내가 아내의 꿈속에서 흑기사를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사진은 2018년 3월 5일, 합정역 부근에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