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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어느 인문학 강좌에서 받은 스트레스

 

 

사진은 어제 찍은 국립정신건강센터 내부 풍경.

 

나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곳에 가지 않는다.

 

한달전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에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어느 인문학 강좌에 가지 않게 된 것도 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 생각이 들었는지 점검해보니, '진행방식이 마음에 안들어서...'라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1992년 대학교양 수업을 통해 고전읽기에 흥미를 가졌고, 20년이 넘도록 나만의 고전읽기를 실천해왔다.

 

올해들어 내가 수강한 그 강좌는 대작으로 알려진 특정 고전에 상상력을 부여하여, 재해석해보는 시간이었다. 인정받은 전문가와 함께 특정 고전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나의 상상력이 보다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수강해보니 자기중심적인 진행방식이 불편했다.

 

어떤 생각이라도 좋다면서, 수강생의 상상력과 생각을 모두 존중하지 않았고, 함부로 평가하고 선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전문가들의 해석도 공유해주다가, 서서히 저서 위주로 진행되면서, 강좌를 듣는 사람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좌에 나오지 않게 된 사람 중에는 진행자가 존중해주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였고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를 제시했다고 기억했던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나도 항의하지 않았다. 그곳은 누군가의 왕국 같았다.

 

며칠동안 생각했던 나의 소중한 상상력과 의견이 순식간에 기각되는 것을 계속 견디며 강좌를 들으려니 피곤했다.

 

강의가 반환점을 돌면서, 결국 진행자에 맞거나 맞추려는 사람만 남았다. 나는 이 안에서 소외감을 느꼈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가지 않기로 결심하면서 '나는 손님을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상상력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것에서, 진행자의 생각을 수용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독단적인 진행 때문에, 특정 고전마저도 읽기 싫어졌다.

 

네번 빠지고, 4만원 손해다. 하지만 특정 고전에 정떨어지기 전에 그만두었으니 다행이다...

 

그런데 특정 고전 제목만 생각하면, 곧바로 그 진행자의 저서가 떠오르는 것이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되었다.

 

특정 고전을 재해석한 그 저자의 책을 사읽어야겠다. 배울 것과 수용할 것을 내 마음대로 잘 선별해야겠다. 충분히 읽은 뒤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의식을 통해, 어느 출판사에서 주최한 인문학 강좌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어느 출판사에서 만든 책을 구입하도록 세뇌받은 스트레스를 해결해야겠다.

 

특정 출판사 책을 팔아먹기 위한, 불쾌하고 속보이는 전략을 체험했다. 앞으로는 출판사에서 추진하는 책읽기 모임을 좀 더 주의해서 살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