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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장애인의 도움요청

2015년 3월 23일. 

 

12년 일했던 직장에서 마지막 업무를 마친 뒤 퇴근해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회원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밤 10시 넘어 강북삼성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서대문역 4번 출구 앞에 장애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옆에 휠체어와 짐실린 카트를 둔채 앉아 있었다.

행인들에게 손짓하며 소리지르듯 부정확한 발음으로 외치는 모습이 

마치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다가가 "도와드릴까요?"라고 말을 걸자,

다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카트를 끌어달라는 요청을 감지할 수 있었다.

카트를 끌어드릴테니 혼자 휠체어에 타실 수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잠시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준 뒤 "네!"라고 답했다.

 

내가 카트 손잡이를 잡자, 그는 몸을 일으켜 휠체어 앞에 마주 보듯이 일어섰다.

그 다음 두 손으로 팔걸이를 잡고 휠체어를 밀며 걷기 시작했다.

나는 카트를 끌면서 절룩거리며 걷는 그의 뒤를 따라 갔다. 생각보다 카트는 조금 무거웠다.

 

그가 카트를 놓아달라고 요청한 곳은,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얼마 안되는 거리에 있는 적십자병원 택시 승차장이었다.

원하는 위치에 카트를 놓아둔 뒤 그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지하철을 타러 한참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곧바로 지하철이 도착했다.

시간표를 살펴보니 내가 돕던/돕지 않던 어쨌거나 동일한 지하철을 타게 될 예정이었다.

도움요청을 외면하고 지하철을 기다렸을 시간에,

짧은 시간 누군가에게 도움도 되고 시간맞춰 지하철을 탔다고 생각하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낮선 누군가를 도왔다는 기쁨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해서 기쁘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