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이야기 다루기

일 그리고 공부 2019.02.09 20:49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동네 정육식당에서 찍은 숯불사진을 올려본다.

 

최근 처가 식구들과 처음 방문했는데, 이렇게 내공 가득한 동네 고기집을 5년 동안 모르고 살았다니, 이사를 앞두고 아쉬움이 크다...

 

은은히 열기를 전하는 숯불처럼,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숯불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좋겠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재활프로그램센터(낮병원)에서 심리극 진행을 맡은지 이제 4년째 되어간다.

 

장기간 특정 내담자를 심리극으로 만나면서, 주의하는 것 중 하나는 ‘반복된 이야기’이다.

 

나는 내담자의 반복된 이야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내담자가 몇 회기에 걸쳐 장기간 언급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한 회기 안에서 단기간 언급하는 이야기이다.

 

전자는 의미있는 이야기로 간주하여, 잘 기억해두거나 기록을 남긴다.

 

후자는 확인되는 순간 화제전환의 타이머로 활용하고, 기록으로 남겨두어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조치한다. 다른 회기에서도 이 이야기가 반복되면 보다 의미있는 이야기로 간주한다.

 

전자에 해당되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내담자가 반복할 경우, 세가지 규칙을 준수한다.

 

끊지 않는다.
지적하지 않는다.
경고하지 않는다.

 

나는 반복된 이야기도 자발성과 창조성의 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급적 인위적으로 끊거나 지적하거나 경고하지 않는다.

 

나는 반복된 이야기라고 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잘 경청한다. 신기하게도 내담자 스스로 전에 얘기한 적 있다고 언급하면, 그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았다. 혹은 내담자 스스로 그 이야기를 소재로 심리극을 요청할 경우, 의미있는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그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았다. 반복된 이야기는 내담자 스스로 다루게 하는 것이 의미있어 보인다.

 

장기간 진행되는 심리극은 인내가 필요해보인다.

 

내담자 중에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스스로 얽힌 감정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개인적인 시간 차이가 있다. 나는 내담자 스스로 감정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아직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빨리 끌어낼만한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연세로뎀정신건강의학과 낮병원에서도, 강서필병원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내담자와 함께 특정 문제를 탐색하고, 특정 문제를 함께 재정의하고, 현재와 미래를 사로잡거나 잠식하는 특정 과거 이야기를 함께 발굴하고, 특정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작업을 조금씩 시도해볼 수 있었다. 12년, 3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이 작업은 각각 병원장, 담당 사회복지사에 의해 강제 중단되었다.

 

아직 자랑할만한 성과는 없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이 정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심리극과 기다림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아직은 증명할 수 없는, 나만이 느끼는 무형의 자산이다.

낮병원 컨설팅

일 그리고 공부 2018.07.01 18:02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안스러운 소식을 들었다. 근무경험도 살릴 겸, 낮병원 컨설팅을 생각해봐야겠다.

강서필병원 마지막 심리극

드라마치료 2018.02.25 01:15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목요일에 있었던 강서필 낮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본다.

 

이번 심리극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제시된 한 회원의 의견을 반영하여,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진행하고 싶다고 제의했다.

 

의견을 제시했던 회원이 손을 들어, 그렇다면 오늘은 '징크스'를 주제로 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환청만 들리면 무기력해지는 징크스가 있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직접 환청역할을 맡아줄 수 있을지 부탁했고, 주인공의 동의를 받은 뒤, 관객에게 주인공 대역을 부탁했다. 자발적으로 한명이 주인공 대역을 지원했다.

 

주인공은 환청의 목소리를 직접 표현했고, 주인공 대역은 환청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연극을 마친 뒤, 주인공 대역은 자신의 환청 경험을 자발적으로 설명했고, 주인공도 공감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관객들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이 환청을 어떻게 상대하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인공은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환청을 다루어보려고 노력했다.

 

주인공에게 환청과 대면하는 장면을 시도해도 괜찮을지 물어보았다. 주인공은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보조자아는 아까 주인공이 했던 것과 비슷하게 연기했고, 주인공의 얼굴과 몸의 긴장을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은 보조자아의 연기가 80퍼센트 정도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주인공이 보조자아의 목소리에 계속 반응하는 것이 보여서, 자칫 주인공이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에게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니, 환청과 실제 대화하는 것 같아서 무기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진행방식을 바꾸고 싶다고 제의했다. 환청을 마주한 상태에서 주인공은 자기자신을 연기하고, 나는 주인공의 또 다른 분신을 맡아 환청에게 짧게 반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환청이 주인공에게 말을 걸면, 주인공은 위축된 모습으로 환청의 말에 길게 대답했고, 주인공의 말이 끝나는 즉시 나는 곧바로 짧게 환청에게 반박했다.

 

주인공은 환청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주인공은 환청에게 원망하기도 했고 애원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보조자아의 환청연기에 몰입된다고 판단되어, 나는 서로 자리를 바꿔보자고 제의했다.

 

환청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주인공의 위축된 모습을 연기했다. 주인공은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 뒤 환청에게 애원하는 말을 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내가 연기했던 것과 비슷하게, 짧게 대사해보기를 권했다.

 

주인공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내가 했던 말들을 조심스럽게 따라해보았다. 주인공은 여러번 짧은 반박을 시도하면서, 점점 큰소리로 환청을 향해 반박했고, “이제는 지긋지긋 하니까, 제발 그만 좀 해!!”라고 외쳤다.

 

주인공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평소 낮병원 회원들이 환청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려줄 때마다 머리로만 이해될 뿐이었는데, 이제 좀 더 이해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환청에게 반박해보았고, 속이 후련해졌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의 환청은 마치 ‘떨어질 수 없는 오랜 연인’ 같아서,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다정하기도 하고, 때론 화나게 하기도 하고, 때론 위로가 되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환청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끔 힘이 되는 말을 해줄 때가 있는데, 그때는 환청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주인공이 환청과 함께 잘 지낼 수 있도록 다리가 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주인공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다음주 목요일은 삼일절 공휴일이어서, 주인공은 2주일동안, 오늘 심리극에서 연습한 ‘환청에게 짧은 말로 방어하는 연습’을 시도할 예정이다. 나는 2주뒤 심리극 시간에 주인공을 만나 연습 성과를 들어보고, 함께 환청을 상대해보기로 약속했다.

 

심리극을 마친 뒤, 나는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에서 평소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갑질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 불쾌한 통보를 받았다.

 

낮병원에서 진행한 심리극이 '강서필병원에서 진행한 마지막 심리극'이 되었다.

2주뒤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합니다...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 갑질

내 인생의 큰 사건 2018.02.22 18:49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정신과 병원에서 28년동안 심리극을 경험했고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3년간 진행해오면서,

매주 다양한 주제로 심리극을 진행해야 함을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게 오늘 처음 배웠다.


정신과 병원에서 28년동안 심리극을 경험했고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3년간 진행해오면서,

다른 진행자는 나처럼 주제없이 진행하지 않음을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게 오늘 처음 알았다.


정신과 병원에서 28년동안 심리극을 경험했고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3년간 진행해오면서,

주제없는 심리극 때문에 환자불만이 늘 많았음을,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게 오늘 처음 들었다.

 

강서필병원에 근무하던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이

2018년을 맞이하면서 모두 퇴사했고,

새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이 사회사업실에 들어왔다.

 

정신건강센터에 있었다는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두 손을 탁자 바닥에 내려놓은 채 나를 내려다 보고,

네일아트로 꾸민 손가락을 탁자 바닥에 까딱거리며

프로그램 계획서 작성법과 심리극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사회복지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간호사 대상의 보수교육을 통해

심리극을 포함한 연극적인 방법들을 계속 소개해왔다.

내일 심리극 강의가 있고, 다음주 사회극 강의가 있다.

그리고 병원에서 14년 근무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다.

 

입사한지 두달된 사회사업실 팀장은 침묵을 지켰다.

 

강서필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퇴사한 전임자들이 심리극 프로그램과 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3년동안 나는 전임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했고,

심리극 참석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왔다.

하지만 새로온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과는 

형식적인 인사 외에는 대화가 별로 없었다.

 

2017년까지 나는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 직원들과

심리극의 주요 장면들을 함께 되짚어보기도 했었고,

사회사업 관점에서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했었다.

연극적인 방법의 유용성에 대해 의견 나누기도 했고,

사회사업실 직원들 대상의 무료특강도 여러번 했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만난 사회사업실 직원들은 

고맙고 소중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 동료들이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내가 진행했던 심리극은 

환자, 자원봉사자,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 상관없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심리극이었다.

 

역할거부하고 스마트폰 보거나 손톱 만지면서 시간때우는,

톡톡튀는 젊은 사회복지사와 함께 하는 심리극이 아니었다.

역할거부하고 멀리 떨어져 앉아 심리극 진행을 지켜보는,

경직된 사회복지사와 함께 하는 심리극이 아니었다.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에게 

보건소에 보여주기 위한 ‘주제가 있는 계획서’를 원하고 

편의를 위한 ‘주제가 있는 심리극’을 원하는지 물으니, 

정신건강전문요원이니까 잘 알지 않냐는 답변을 받았다.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병원 평가도 잘 받아야 하고,

3월부터 시작되는 병원 프로그램 개편을 위해서라도,

우리 병원에 맞는 강사가 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주제가 있는 심리극' 덕분에

새로 온 직원 한명과 처음 긴 대화를 나누었다.

 

두달동안 지켜본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항상 나에게 먼저 인사한 적 없었고

나를 보아도 못 본 척 했으며

내가 먼저 인사하면 가끔 반응을 보였다. 참 독특했다.

 

잠시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발언을 되짚어 보았다.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수퍼바이저는 누구인지,

사회사업실 팀장은 왜 침묵을 지키는지 궁금했다.

 

 

누구를 위한 '심리극 프로그램 계획서'인가?

누구를 위한 '주제가 있는 심리극'인가?

 

 

생각해보니, 3월 병원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다음주부터 심리극 진행시간이 바뀐다고 전해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중에서 

어느 누구도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구나...

 

곧 있을 프로그램 개편에 맞춰 그만두겠다고 답하자,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곧바로 사라졌다.

 

칸막이 너머로 누군가에게 문의전화하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화는 다 끝났다.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들은 나에게

3년동안 수고했다는 말도 없었고 인사도 없었다.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은 외부강사를 이렇게 대하는구나.

나는 병원에서 정신건강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당신들처럼 이렇게 외부강사를 대하지 않았는데...


젊은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직원이라는 이유로

내 설명을 계속 끊고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갑질이 아니라고 했다.


'갑질'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게 나았을거라고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선배로서 조언해주고 싶었지만,

그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다.

 

심리극을 오래 경험한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인 나조차도

이런 취급을 받았는데,

다른 외부강사와 자원봉사자는 어떻게 대할지 궁금했다.

 

사회사업실 팀장은 왜 침묵을 지켰는지 궁금했다.

 

순식간에 강서필병원 사이코드라마를 그만두면서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의 대외적인 이미지,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의 언행과 품위를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니 오늘 병동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따돌림 당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어보았고

다음 심리극 시간에 계속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 낮병원 심리극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환청을 신중하게 다루었고

다음 심리극 시간에 계속 환청을 상대해보기로 했는데...

 

강서필병원 사회사업실에서 오늘 겪은 모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경주가 3년동안 진행했던 강서필병원 심리극 끝.

2016년 2월 17일 국립서울병원 심리극

드라마치료 2016.04.02 17:15 Posted by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mouserace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오늘은 낮병원 회원들에게 가장 인기 많으면서, 심리극 바로 앞에 진행되는 노래방 시간에 동참했다.

 

진행을 맡은 자원봉사 선생님께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댄스곡을 불렀고,

마이크를 잡은 김에 '노래방 시간 바로 다음에 있는 심리극 시간에도 함께 해주세요~~'라고 홍보했다.

 

노래 홍보 덕분에 곧바로 두분이 더 함께 해주셨고, 그중 한분이 주인공을 맡아주셔서 감사했다.

 

올해부터 낮병원 이용비를 내야하고 회원들이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게 바뀌면서

3시쯤에 귀가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4시까지 진행되는 심리극에 참가하는 분이 적은 편이다.

 

앞으로도 기회될 때마다 회원 유치에 힘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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