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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반복된 이야기 다루기

 

 

 

 

동네 정육식당에서 찍은 숯불사진을 올려본다.

 

최근 처가 식구들과 처음 방문했는데, 이렇게 내공 가득한 동네 고기집을 5년 동안 모르고 살았다니, 이사를 앞두고 아쉬움이 크다...

 

은은히 열기를 전하는 숯불처럼, 온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숯불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좋겠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재활프로그램센터(낮병원)에서 심리극 진행을 맡은지 이제 4년째 되어간다.

 

장기간 특정 내담자를 심리극으로 만나면서, 주의하는 것 중 하나는 ‘반복된 이야기’이다.

 

나는 내담자의 반복된 이야기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내담자가 몇 회기에 걸쳐 장기간 언급하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한 회기 안에서 단기간 언급하는 이야기이다.

 

전자는 의미있는 이야기로 간주하여, 잘 기억해두거나 기록을 남긴다.

 

후자는 확인되는 순간 화제전환의 타이머로 활용하고, 기록으로 남겨두어 나중에 찾아볼 수 있도록 조치한다. 다른 회기에서도 이 이야기가 반복되면 보다 의미있는 이야기로 간주한다.

 

전자에 해당되는 의미있는 이야기를 내담자가 반복할 경우, 세가지 규칙을 준수한다.

 

끊지 않는다.
지적하지 않는다.
경고하지 않는다.

 

나는 반복된 이야기도 자발성과 창조성의 발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가급적 인위적으로 끊거나 지적하거나 경고하지 않는다.

 

나는 반복된 이야기라고 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잘 경청한다. 신기하게도 내담자 스스로 전에 얘기한 적 있다고 언급하면, 그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았다. 혹은 내담자 스스로 그 이야기를 소재로 심리극을 요청할 경우, 의미있는 이야기로 연결되면서 그 이야기는 반복되지 않았다. 반복된 이야기는 내담자 스스로 다루게 하는 것이 의미있어 보인다.

 

장기간 진행되는 심리극은 인내가 필요해보인다.

 

내담자 중에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스스로 얽힌 감정을 함께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개인적인 시간 차이가 있다. 나는 내담자 스스로 감정을 다루면서 이야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린다. 나는 아직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빨리 끌어낼만한 능력이 부족하기에, 이럴 때는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연세로뎀정신건강의학과 낮병원에서도, 강서필병원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내담자와 함께 특정 문제를 탐색하고, 특정 문제를 함께 재정의하고, 현재와 미래를 사로잡거나 잠식하는 특정 과거 이야기를 함께 발굴하고, 특정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는 작업을 조금씩 시도해볼 수 있었다. 12년, 3년 동안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이 작업은 각각 병원장, 담당 사회복지사에 의해 강제 중단되었다.

 

아직 자랑할만한 성과는 없다.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이 정도 기록을 남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심리극과 기다림에 대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아직은 증명할 수 없는, 나만이 느끼는 무형의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