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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화필병원 심리극을 떠올려보며.

2015년 4월 27일에 진행했던 강화필병원 심리극을 떠올려 보며.

 

강화필병원 알코올병동 심리극에 처음 참석하시는 분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한분이 처음에는 구경만 하겠다고 했다가, 진행 중인 이야기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나중에는 본인이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겠다며 직접 배우가 되었다.

그러다 나중에는 혼자서 알콜중독 남편과 단호한 아내의 역할을 1인 2역으로 연기하더니,

결국 마무리는 119를 불러 구급차를 통해 응급실로 입원하는 장면을 직접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입원하게 된 남편의 심정에 대해 참가자 대부분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했고,

입원시키는 아내가 밉기도 하지만

자신을 입원시킨 뒤 귀가하는 모습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장 열심히 참석해 119 장면을 연출하신 분께서

사실은 이곳에 입원하게 된 자신의 사연을 재연해보았다고 설명했고

이렇게 재연해보니 갑자기 아내에게 많이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해주셨다.

 

심리극을 마무리 지으면서 한분이 나에게

"나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이렇게 하는게 도대체 무슨 효과가 있는겁니까?"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곧바로 오늘 가장 열심히 참석하신 분이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되잖아요~"라고

대신 답해주어서 감사했다.

 

나이 60넘어서 처음으로 병원에, 그것도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어느 분은

연극을 하다보니 처음에는 횟집에서 술마시는 장면을 연극하면서

'부어라~ 마셔라~'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재미있었는데, 나중에 구급차 장면을 보고 있으니

며칠 전 이곳에 입원했을 때 자신을 입원시켰던 아내의 뒷모습이 생각난다고 했다.

그때는 아마도 귀가하자마자 자신의 빈자리를 보며

아내가 "속이 다 시원하네!"라고 외쳤을거라 생각했기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지금은 귀가한 아내가 자신의 빈자리를 보며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 생각하게 되어

미안하고 후회된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어떤 분은 다음주에 드디어 퇴원하는데,

이제는 쇠창살 너머로 하늘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들뜬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함께 퇴원하고 싶다고 말했고 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았다.

 

비록 심리극에 함께 한 분들이 '알코올중독자'이고,

퇴원 후 일상이 아닌 심리극 시간에 연극적인 방법을 통해 표현했지만,

나는 어쨌거나 자신의 입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고 금주결심을 선언할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하루 빨리 퇴원해 쇠창살이 가리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