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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화필병원 심리극

이드치연구소장이 어제 경험한 일입니다.

 

 

강화 필병원에서 정신증 환자 대상의 심리극을 진행한 뒤, 한 환자에게서 오늘 심리극이 재미있었고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않는다고 했던 말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항상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구경만하겠다고 했던 분이었는데 자발적으로 다가와... 말씀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이분은 용기를 내어 저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주신 것만으로도 의미있었고, 언젠가는 심리극의 주인공이 되셔서 더 큰 의미를 함께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정신증 환자대상의 심리극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모아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장면을 설정했고, 의사와 환자가 서로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퇴원을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환자가 직접 환자역할 뿐 아니라 의사, 보호자 역할을 맡아서 퇴원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몇 환자분들은 당장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의 말에 순간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고, 퇴원의 날을 연극적인 방법을 통해 미리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바로 전 시간에 알코올병동 진행한 심리극의 경우(월요일에 두번씩 심리극을 진행합니다), 환자와 가족간의 섭섭한 마음을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도록 진행했는데, 이때 자발적으로 아내역할을 맡은 한분께서 평소 아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간결하게 표현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주인공을 향해 '술 끊어!', '못믿어!', '또 믿으라구?', '약속을 지켜!', '말만 하지마!'라는 말을 연달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내역할을 맡는 순간 지옥을 경험한 것 같은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아내역할을 마치고 나니 지옥경험은 끝났지만 알코올 중독환자인 초라한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와버렸다는 어느 환자분의 말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신이 미워하는 누군가의 심정을 공감하고 자신을 비추어볼 수 있었으며, 이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었다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입니다.

 

심리극에 함께 하신 환자 여러분, 그리고 함께 극중 인물이 되어 도와주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을 포함해 배움의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