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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이야기 다시 써보기

 

 

 

사진은 2018년 7월 6일 오전, 가양대교 부근에서 찍은 것.

 

'이야기 다시 써보기'와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떠올려본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총 3팀을 나눈 뒤, 자녀가 연락도 없이 늦게 귀가한 것 때문에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하는 대본극을 진행해보았다.

 

각 팀에 속한 청소년 모두 성우가 된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 역할에 충실했고, 역할에 잘 어울리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나는 두번째 단계로, 대본 속 대사를 평화롭게 바꿔보고 대사도 최대한 줄여서 발표해보자고 제의했다.

 

첫번째 팀은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대사 한마디'를 각자 만들어 본 뒤, 서로 의견교환하면서 대사를 다듬었고 연습했다. 두번째 팀은 충분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 뒤, 한사람이 대표작가가 되어, 공유한 생각을 반영해 간결한 대본을 만들어 연습했다. 세번째 팀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면서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고, 다른 팀이 다 연습할 때까지 합의도 연습도 못했다.

 

나는 발표순서대로 첫번째 팀과 두번째 팀이 준비한 대본을 발표하도록 했다. 세번째 팀은 두 팀의 발표를 보면서, 계속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세번째 팀 발표 차례가 되자, 나는 각자 이 대본을 어떻게 다시 쓰고 싶은지 관객들에게 설명해보도록 부탁했다. 주인공을 맡은 청소년은 부모가 자녀를 부드럽게 상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언니 역을 맡은 청소년은 서로 소리지르지 않고 대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엄마 역을 맡은 청소년은 부모가 차분하게 아이의 잘못을 설명해주면, 아이도 차분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대책을 말하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세 청소년의 이야기를 들은 뒤, 내가 연출을 맡을테니 각자 말한 그대로 '세가지의 무대본극'을 진행해보자고 제의했다. 상황에 따라 내가 즉흥적으로 추가 대사를 만들어주기도 하고, 연기지시하면서 무사히 세가지 무대본극을 마무리 지었다. 세 청소년 모두 만족한 것 같았다.

 

세 청소년의 이야기를 접목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겠으나, 세 청소년은 이미 각자의 의견을 양보할 의사도 절충할 의사도 없어보였고, 시간도 부족했다. 각자의 기능도 함께 고려했다. 세 청소년의 의견은 다른 듯 하지만, 결국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같았음을 강조하고 마무리 지었다.

 

세번째 팀의 세가지 짧은 즉흥극 덕분에, 총 다섯가지의 '이상적인 가족 대화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세 청소년의 갈등이 '의미있는 과정'으로 전환되고 수용되어 다행이었다.

 

다섯 장면 모두에서, 어린시절 보았던 TV드라마 월튼네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지막 장면(저녁시간 집을 보여주면서 굿나잇 인사를 나눔)이 떠올랐다. 다음 시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