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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노인대상의 역할극에 대한 조언


OOO선생님께.

보내주신 이메일 잘 받았습니다.
예전에 연극적인 방법을 자료로 만들어서 제공했다가
제 의사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책으로 만들어진 경험이 있기에
자료제공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대신 제 의견을 보내드리고 있으며,
이 의견은 다른 분들도 참고하시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제 의견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쁘겠습니다.


노인들에게 적용할만한 역할극 주제에 대해서, 저는 세가지 생각이 듭니다.

첫번째는 노인관련이론들을 통해 힌트를 얻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이론을 보면 노년기에는 '자아통합 대 절망'이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하는 분과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회상하는 분들이 있다면,
살면서 어떤 점이 그런 결론을 내리게 했는지를 파악해보도록 하면
그 속에서 역할극 주제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대상자들에게 직접 의견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역할극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나서,
만약 내가 역할극의 감독/주인공/구경꾼이 된다면 어떤 장면을 만들고 싶은지
직접 의견을 구해보는 겁니다.

세번째는 그동안 노인대상으로 실행한 집단프로그램 사례나 논문들을 통해 힌트를 얻는 방법입니다.


제가 모 복지관에서 역할극 의뢰를 받았을 때는
대상자를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노인'으로 한정지었기 때문에,
우울증을 기본적인 테마로 잡고
미리 우울증, 노인우울증에 대한 자료를 검토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우울증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미리 구상해본 다음 역할극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미리 준비한 것은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역할극에 대한 설명과 체험이 끝나고 나서
자발적으로 대상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들을 해주었기 때문에
곧바로 그 이야기들을 소재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나누는 시간을 갖고 나서,
그 이야기 중에서 한가지를 뽑아서 극으로 꾸며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역할바꾸기', '빈 의자' 기법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해보게 한 다음,
상대방이나 제삼자가 되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관찰해보고 소감을 나누면서
자신의 우울, 분노, 슬픔 모두 스스로 통합해서 지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함께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었습니다.


이상, 떠오르는대로 제 의견과 경험을 정리해서 적어보았습니다.
프로포절을 준비하시는데 제 의견과 경험이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