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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커피의 쓴 맛을 즐길 줄 아는 나

내가 일하는 직장에는 커피머신이 설치되어 있다.
원래는 방문하는 분들에게 양질의 커피를 저가로 제공하려고 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직원들이 주로 마신다.

나는 나 한사람 때문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커피머신 돌리는게 미안해서
가끔 다른 직원이 마실 때 동참하는 정도이고,
또 나 때문에 다른 직원이 커피 만들어 주는 것이 미안해서
에스프레소에다 시럽만 조금 넣어달라고 해서 마신다.

에스프레소를 원샷할 때 마다 주위 사람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넣은 순수 에스프레소를 원샷하면 더 큰 눈으로 쳐다본다.

집에서 네스프레소를 사용할 때마다 이것저것 넣어 마시는 게 귀찮아서 그냥 마시다보니
어느덧 에스프레소에 익숙해져서 그런건데...
덕분에 나는 지금 쓴 맛을 약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주위에 알려져있다.

사실, 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해온 수행의 결과였다.
초등학생 시절, 호기심에 마시기 시작한 커피를 또래 아이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블랙커피를 뽑아마시게 되면서 어느새 커피의 깊은 맛을 터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커피의 깊은 맛은 터득했지만,
다양한 커피를 향과 맛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직도 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