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마친 뒤 표정관리를 잘 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고,
귀가길 전철 안에서 바깥 풍경을 멍하니 보면서 그나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아래는 2014년 8월 28일 이른 오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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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투쟁 중인 김영오님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아낌없이 비난하고 비판하던 노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크게 충격받았던 기억을 잠시 떠올려본다.
이혼한 것만으로도,
양육비를 제대로 안 보낸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둘째를 이용해 동정심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바쁜 대통령님에게 만나달라고 때쓰는 것만으로도,
김영오님은 천하에 둘도 없는 죄인이었다.
그리고 김영오님이 보험금을 한푼도 안받은 것은
더 큰 돈을 노린 계산이었음을 그 노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김영오님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를
굳이 머리 아프게 더 알아야 필요가 없다.
평소 즐겨보는 신문과 뉴스에서
그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고,
아는 목사들은 설교시간에 성경말씀을 인용해
왜 그가 영적인 죄를 지었는지 알기 쉽게 해설해주었고,
주위 노인들도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그 사람은 천하에 몹쓸 사람이 백퍼센트 틀림없었다.
굳이 그런 나쁜 사람의 심정을 애써 공감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왜 그런 파렴치한 사람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어야 하는가?
글로 다 옮길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발언도 서슴치 않고 하는 노인들의 모습에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큰 기회를 가졌다.
눈과 귀를 막고살지 않은 삶
그리고 공부만 잘했거나, 말만 잘하는 타인에게 전적으로 내 생각을 위임하지 않는 삶을
내 삶의 신조로, 또한 내 노년의 목표로 추가해야겠다.
(이 글을 쓴 지 몇시간 되지 않아 김영오님이 단식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