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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쩍벌남

 

 

 

 

 

 

오늘 출근길에 있었던 일.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에 앉았다.

 

먼저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다리를 크게 벌리고 앉아 내 자리를 침범했길래

다리를 접어달라고 요청했다.
얼굴을 살펴보니 흰머리가 많은 50대쯤 되어보이는 남자였고

그 남자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려 창밖만 보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리에 힘을 준 채 절대로 다리를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의 다리힘 겨루기'를 하면서

나는 스마트폰 전광판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뒤 

그 남자를 향해 스마폰을 향해 어떠한 글씨를 계속 보여주어

'침묵의 일인시위'를 했다.

 

잠시후 내 스마트폰에 써놓은 글씨를 보았는지,
그 남자는 스스로 다리 힘을 풀고 쩍벌린 다리를 일자로 두었다.

덕분에 '침묵의 일인시위'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 남자가 먼저 하차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작은 키에 외소한 몸집이었다.

포경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다리를 크게 벌린 것이었을까?

그 남자가 버스 후문 앞에 서있는데,

때 마침 버스가 정체 중이어서 그 남자는 슬그머니 자주 나를 흘겨보았다.

그럴줄 알고 나는 그 남자가 후문쪽으로 갈 때

전광판을 멀리서도 잘 볼 수 있도록

글씨도 좀 더 크게 만들고 점멸기능을 넣어 그 남자에게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그 남자가 버스에서 하차하면서, 나의 '소심한 침묵의 일인시위'는 끝났다.

쩍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