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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치료

강서필병원 심리극, 그리고 승자와 패자 게임

 

 

 

2015년 11월 19일 목요일.

 

오늘 심리극에서 나의 상대역을 맡아 열심히 연기해주셨던 어르신께서 

다음주 심리극에 출연하는 것을 조건으로 요구르트 두개를 주셨다.

 

오늘 강서필병원 심리극은 즉흥적으로 내가 주인공이 되어 진행해보았다.

그리고 가급적 나의 상대역은 심리극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분 위주로 설정했다.

 

진행조건은 내가 환자역할을 맡아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역으로 나온 환자는 가족이나 치료자의 역할을 맡아 나를 이성적으로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나의 독특한 대화패턴을 파악해보도록 했다.

 

극 진행은 대부분 설전으로 갔고,

나는 지금까지 마주했던 인물유형 중 뻔뻔했던 사람을 한명 지정해 모델로 설정해 대응했다.

나는 연기도중 교류분석이론의 '게임'을 활용해

상대방의 말을 교묘하게 끊기도 했고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리고 얼굴표정과 목소리를 조금씩 조절해가며 상대방에게 자극을 가하기도 했다.

 

나는 주인공으로서 '패자가 될 의사가 없는 승자'의 모습을 취했다.

 

나와 '연극적인 방법을 통한 만남'에 익숙하고 나를 신뢰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새로운 시도는 무사히 진행된 것 같다.

 

오늘 심리극 때문에 불편한 느낌이나 생각이 계속 나는 환자가 있다면,

차후 나에게 AS를 받으실 수 있도록 담당 정신보건사회복지사에게 부탁했다.

 

알코올 문제로 입원한 분들에게는 이러한 방식의 진행이 인상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소감도 있었고,

주위 사람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감도 있었고,

나의 상대역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는 소감도 있었고,

나의 연기에서 관찰한 독특한 모습을 보면서

'말로 상대방을 쉽게 이기는 대신, 외로워질 수 밖에 없겠다'는 소감도 있었고,

'저런 식의 의사소통을 하면 안되겠구나'라는 소감도 있었다.

 

심리극을 마무리 지으면서, 함께 하신 분들의 소감을 나누면서

환자들과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기력의 한계 때문에 매주 할 수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