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치료

강서필병원 심리극

2018년 2월 1일에 진행했던 강서필병원 심리극을 회상해본다.

 

자발적으로 나온 주인공은 ‘사람복’이 없다고 했다. 평생 살면서 친구가 없었고, 가족들도 자신을 싫어한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입원중인 병동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를 괴롭힌다고 했다.

 

주인공이 무대로 나올 때 주인공을 째려보는 눈빛들이 느껴졌고,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하소연할 때마다 관객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감지되었다.

 

주인공은 평소 따돌림의 대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 심리극 무대에서도 따돌림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인공을 무대에서 조금 떨어져서 연극을 지켜보도록 했다. 그리고 관객들의 도움을 받아 주인공 대역과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을 설정한 뒤, 주인공이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재연해보았다.

 

주인공은 나의 진행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계속 불만을 말했고,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르다며, 나의 연출을 지적했다.

 

나는 주인공에게, 그렇다면 자신이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직접 연출해보도록 부탁하자, 주인공은 생각나는게 없다며 곧바로 거절했다.

 

주인공은 연극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사람들이 자신을 괴롭혔던 사연들을 계속 설명했다.

 

평소 심리극에 잘 참가했던 한분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저러니까 따돌림 당하지...” 라고 말하는 것을 목격했다. 여전히 주인공은 부당하게 괴롭힘 당한 사연들을 설명했다.

 

주인공의 하소연에서 깊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때마침 사회사업실에서 나를 위해 준비한 차주전자가 눈에 들어와서, 나는 주인공에게 차한잔을 권했다. 나는 주인공과 차한잔을 나누면서, 잠시 ‘사람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인공은 나와 차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번만 더 자신이 따돌림 당하는 장면을 만들어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나는 주인공이 따돌림 당하는 장면을 만든 다음에는, 주인공을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장면을 만드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따돌림 당하는 장면을 진행할 때는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으나, 주인공을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장면을 진행할 때는 관객들이 동참을 거절했다. 나는 심리극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대신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주인공을 겨냥한 관객들의 충고와 조언으로 심리극이 마무리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쉐어링 과정을 생략하고, 담당 사회복지사의 소감을 듣는 것으로 심리극을 마무리 지었다.

 

이번 심리극은 주인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고, 관객의 호응을 많이 이끌어내지 못했다. 부족함을 많이 느낀 심리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