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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안약 넣기

 

 

 

 

우리 낮병원에는 지적장애와 우울증의 복합장애를 갖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 회원이 있다.

2주전 눈병에 걸린 것을 확인하고 눈병치료 후 낮병원에 다시 나오기로 했는데

심심하다며 그냥 낮병원에 왔다.

처음에는 잠을 안자서 눈이 충혈된 줄 알았는데 눈병치료를 전혀 안했다.

군것질 할 돈만 있다고 해서, 얼른 만원을 쥐어주고 근처 안과에 다녀오게 했더니

안약 두개를 처방 받아왔다.

내가 직접 포장을 뜯어 겉포장에 씌어있는 1일 2회, 1일 4회를

안약통 측면과 밑바닥에 유성펜으로 적은 뒤

내가 쓴 글씨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지 회원에게 읽어보게 했다.

그 다음 내가 보는 앞에서 안약을 넣어 보게 했다.

이런... 꼿꼿한 자세로 안약을 눈에 가져다 대는데, 볼에 이미 한방울 흘렸다!

그리고 눈을 감더니 속눈썹 있는데다 안약을 좌우로 비벼대며 안약을 눈물처럼 주루륵 흘린다!

나는 얼른 안약을 빼앗아, 내가 넣어줄테 고개를 젖히라고 했다.

아... 고개를 젖히는게 뭔지 못 알아듣는다...

나처럼 고개를 뒤로 살짝 젖혀보라고 시범을 보여줘도 못 따라한다.

 

결국 내가 손을 내밀어 한손으로는 회원의 뒷목을 받히고

한손으로는 회원의 이마에 손을 대고 뒤로 살짝 젖히도록 했다.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라 한 뒤, 안약을 넣어주려 했더니

부르르 눈꺼풀을 떨면서 재빨리 눈을 감는다.

자세를 유지하고 가만히 있도록 당부한 뒤,

오른손에 안약을 들고 왼손을 내밀어 엄지는 윗꺼풀을 검지는 아래꺼풀을 벌리려 하자 거부한다.

논의 끝에 회원은 아래를 맡고 나는 위를 맡아 눈을 크게 벌리게 한 뒤 안약 한방울 투하! 성공이었다!

 

다른 안약도 같은 방법으로 투약하려 했더니,

방금 했던 절차를 다 까먹었는지 회원은 멍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다시 몇번의 시행착오와 절차를 거쳐 성공적으로 안약을 넣었다.

병원에 문의해보니 다행히도 눈병은 알레르기성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눈병이 나을 때까지 회원이 낮병원에 올 때마다

낮병원 시작할때와 끝날 때 각각 한번씩 내가 직접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기회봐서 스스로 눈에 안약을 넣을 수 있도록, 연습시키려 한다.

(지금 생각하는 방법은 '누워서 안약 흘러넣기'다!)

눈병 덕분에 모 낮병원 회원이 받아야 하는 사회기술훈련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스스로 안약넣기.

 

 

 

*** 책 홍보를 겸해서 '사회복지사가 말하는 사회복지사' 사진을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