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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굳어진 언어습관

굳어진 언어습관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 내담자의 어머니가 즐겨사용하는 '내가 너보다 더...'라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는 일상 생활 속에서 '내가 너보다 더...'라는 표현은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과 나를 직접 비교하고, 곧바로 상대방에게 자극적인 말을 할 것 같은 우려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어머니는 늘 우울을 호소하는 자녀에게 '내가 너보다 더 힘들게 살아왔는데, 뭐가 그리 힘들다고 징징거려?'라고 말하면서 자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더 강하게 자녀가 호소하면, 자신이 겪었던 구체적인 힘든 사례를 열거하는 것으로 맞대응 하는데,

그 맞대응 속에서 '너는 나처럼 이런 힘든 경험들을 안 겪어봤잖아? 그런데 감히 내 앞에...서 힘들다는 말을 해?'라고 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례들이 반복 인용되다보니 이제는 자녀가 함부로 반박할 수 없는 구체적인 레파토리들로 정리되어, 어머니의 말이 시작되면 '또 시작이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녀의 호소를 들으려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조금만 더 경청의 자세를 취해주어도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안타까웠다. 그래서 자녀는 왠만하면 힘들다는 말을 안하려 하는데, 참다 참다 결국 힘들다고 호소하면 '잘 지내다가 갑자기 왜 그래?'라는 말과 함께 또 다시 '네가 너보다 더...'라는 레파토리가 이어진다. 이제는 자녀가 먼저 호소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런 말을 먼저 꺼내신다고 하는데, 나는 이러한 모습이 마치 누가 더 고생을 많이 했는지 위계질서를 정하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자녀는 여러번 자살시도를 했는데, 이 또한 아직 어려서, 고생을 안 해봐서,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며 맞대응한다. 자녀의 메시지를 듣지 않으려 하는 그 모습이, 오히려 자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임을 알고 계실까?

그 어머니를 만나서 어떤 삶을 살아오셨기에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지 궁금해서 꼭 만나뵙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다. 어머니는 오로지 자녀와 이야기 하기를 원한다. 어머니는 아무에게 하소연하지 못하는 입장이기에, 자녀의 하소연에 맞춰 자신의 울분을 해소하시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아무리 낮시간에 전문가들을 만나 심리적인 도움을 받아도, 결국 귀가하면 어머니의 '너 보다 내가 더...'라는 잔소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고, 이제는 '내가 태어난 것이 잘못이구나!'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고 한다(물론 이 말을 어머니에게 했더니 돌아온 것은 '내가 너보다 더...'였다고 한다).

돈을 벌 수 있으면 그녀는 어머니에게 약간의 생활비를 드리고 독립하고 싶지만, 우울증과 자살시도로 인해 취업의 제약을 받는데다, '내가 너보다 더...'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에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보다 더 고생스럽게 살아오시고 여전히 고생스럽게 살고 계신 어머니를 늘 마주해야 하는 그(그녀)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