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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불편한 아이핀

 

 

 

 

아침 일찍 일어나 인터넷을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아이핀으로 접속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여전히 로그인 때 입력하는 문자입력용 숫자는
3, 6, 8, 0이 비슷하게 보여 인상쓰고 봐야만 했고,
몇번 잘못 입력했다는 메시지가 떠서 일부러 음성듣기를 클릭하니
낮선 미국식 발음의 목소리가 무섭게 느껴졌다.
(남자 혼자 축 늘어지는 소리로 숫자를 말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 소리를 배경으로 남녀가 번갈아가며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밤중에 들으면 무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스로 접속이 되니, 오랜만에 로그인 했다고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한다.
약 한시간 가까이 반복된 불편한 절차를 겪으면서 비밀번호를 바꾸면서
인상쓰고 숫자보고 억지로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 것도 지겹고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등등의 조건에 계속 걸리다가
아이핀이 원하는 '문자, 숫자, 특수문자'의 세가지 조합으로 간신히 비밀번호를 만든 뒤,
수첩에다 따로 아이핀 아이디(아이핀이 제시한 조건에 맞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두었다.

인터넷 보안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지만
사용자 보다는 행정편의를 위해 만든 대책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핀을 구축한 어떤 이가 제시한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서
낮선 아이디와 복잡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도 불편하고,
고의로 흐릿하게 만들어진 문자입력용 숫자를 인상쓰며 보는 것도 불편하고
3, 6, 8, 0가 헷갈려서 문자입력용 숫자를 잘못 입력하는 것도 불편하고,
문자입력을 제대로 하기 위해 낮선 목소리를 억지로 듣는 것도 불편하다.

점점 나이들면서 늘어가는 생활 속의 소외감을 아이핀이 일깨워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