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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동물매개활동과 사회복지사의 태도

2014년 10월 1일. 모 복지관 두번째 동물매개활동 참관함.

 

버스타고 여유있게 모 복지관을 향해 가던 중

갑작스럽게 별관이 아닌, 본관 민트실로 와달라는 동물매개활동 팀장의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고 민트실을 가보니, 대상자들로 꽉차는 협소한 방이었다.

팀장의 말을 들어보니 공간이 너무 좁아 옥상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팀장이 대상자들과 함께 대기하는 동안, 나머지 활동가들은 옥상에 올라가

여기저기 놓여있던 큰 화분들을 치우고 프로그램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번째 활동에 갔을 때는 열악한 환경 조건에 놀랐고

두번째 활동에 갔을 때는 복지관측의 태도에 놀랐다.

 

오늘은 동물매개활동을 하기 한시간 전쯤 갑자기 장소를 옮긴다는 통보를 받았고

동물매개활동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협소한 방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라 했고

이곳이 좁으면 옥상에서 하라는 말을 들었으며

프로그램의 시작, 진행, 마무리까지 한번도 담당 사회복지사를 볼 수 없었다.

 

땡볕이 내려쬐는 옥상에서 동물매개활동에 참여한 지적장애인들과 동물을 함께 챙겨가며

밝은 얼굴로 프로그램에 임하는 동물매개활동가들의 모습에서 프로정신을 느꼈고,

실무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내가 낮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는 이런 식으로 외부 전문가들을 대하지 않는데...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담당 사회복지사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에 내려가보니,

때 마침 사무실에서 나오던 사회복지사가 나에게 누구시고 무슨 일로 왔냐며 질문했다.

순간 잡상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동물매개활동가 조끼를 입고 있어서,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복지관측에서 평소 동물매개활동가를 어떻게 대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나는 얼른 명함을 내밀어 근처 낮병원에서 일하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이고

동물매개치료활동가의 활동하는 모습을 참관하기 위해 왔다고 소개하자,

나를 대하는 사회복지사의 표정과 태도가 부드럽게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임시 담당자이고, 내 이름을 알고 있으며, 나를 연극치료 전문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먼저 현재 주어진 공간에 대해 문의하자, 별관 공사중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별관 공간이 너무 좁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 회의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문의하니,

전에는 동물매개활동가 수가 많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많아졌냐는 질문이 먼저 들어왔다.

그래서 예전에는 인건비 문제로 전문가 한명당 대상자 두명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인건비 상관없이 일대일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방침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공간문제는 복지관 측과 미리 이야기 되지 않았기에 공간확보에 어려움이 있고

프로그램이 끝난 뒤 회의는 복지관 2층에 있는 북까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담당 사회복지사들이 부재중이어서 방금 대화한 내용은 내일 전달하겠다고 했다.

 

바쁜 사람을 계속 붙잡고 이야기 하기에 무리겠다는 판단에 용건만 간단히 나눈 뒤

다시 옥상으로 올라가 계속 동물매개활동을 참관했다.

동물매개활동가들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진심을 다해 대상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동물매개활동가를 대하는 복지관의 태도에, 사회복지사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고 화가 났다.

 

뒷정리를 모두 마치고 활동가들과 2층 북까페에 방문했다가 직원에게 출입을 저지 당했다.

동물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마음 편히 회의할 수 있을만한 장소도 아니었다.

 

지하철역 근처 카페에서 1회기 강사비의 약 2/3정도 되는 비용을 음료수 값으로 지불하고

동물매개활동가들과 함께 오늘 동물매개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년동안 이어진 인연이었고, 갑작스럽게 복지관 측에서 요청한 거라고 들었다.

그런데 활동가들을 대하는 복지관 측의 태도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동물매개활동 전문가로 대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을 찾는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불쾌감이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