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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치연구소

알아가고 배워가기

2월 27일 금요일에 가족상담 가서 받은 소식지!

서대문구정신건강증진센터 소식지 여울목 22호에 내가 글이 실렸다~

 

 

 

 

 

 

 

<알아가고 배워가기>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장 지경주


서대문구정신건강증진센터의 의뢰를 받아, 한 초등학생과 어머니를 여덟 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학생은 이미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결정되어 있었고, 결정된 그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사람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여덟 번의 만남을 통해 그 학생은 나름대로의 주관과 삶의 방식을 갖고 있었고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방법을 갖고 있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 학생을 이상한 아이, 못된 아이, 버릇을 고쳐야 할 아이로 보았을 뿐,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준 사람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학생이 만남 속에서 나에게 자주 사용한 “몰라요~”, “왜요?”, “네~ 네~”, “글쎄요~”, “그렇다치고 넘어가지요~”, “그러게요~”라는 표현은 어른들의 비판과 비난을 더 이상 받지 않기 위해 찾아낸 나름대로의 자기보호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러한 삶을 초등학교 6년 내내 살아왔고 익숙해져 있기에, 이러한 삶의 태도를 여덟 번의 만남을 통해 수정하고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를 역시 여덟 번의 만남을 통해 수정하고 바꾸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극적인 방법을 어떻게 적용할지, 매주 주제를 정해 그 주제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지 계획을 세우고 진행했으나, 그 계획은 첫 번째 만남을 통해 다 백지화했고 학생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너의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줄 수 있고, 조금은 더 세상살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서대문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 제시해주기 보다는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는 순간, 나는 내담자의 삶을 알아가고 배워가는 사람이 되었고, 학생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경청하는 사람이 되었다. 덕분에 그 학생은 곧바로 표현해도 될 이야기를 마치 시인처럼 은유적으로 독특하게 표현한다는 것과 자신의 행위에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는 마치 통역사가 된 듯 그 은유적인 표현을 학생의 어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재해석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물론 어머니에게 전달하기 전에 그 학생의 엄격한 검증과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신발을 두 번이나 갈아신을 필요가 없고 좋은 운동화를 학교에서 분실할 염려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 실내화를 신은채 학교 다녀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 만남이 즐거워서, 여덟 번의 만남 이후에도 한달에 한번씩 꾸준히 만나기로 했다.

내담자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은 때로는 힘든 일이 될 수도 즐거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내담자를 알아가는데 힘이 들었던 경우는 대부분 내담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내담자의 독특한 언행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담자를 알아가고 배워가는 사람이 되는 순간, 만남은 보다 즐겁고 풍성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 주어진 만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계속 즐거운 만남을 갖기를 원하며, 이러한 만남을 통해 내담자의 좋은 인적자원이 되고 싶다.

 

즐거운 만남의 기회를 주신 서대문정신건강증진센터 관계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