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기

최후의 증인







영화 흑수선의 원작이고 호평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영화 감상에 임했다.

이곳 저곳을 오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편의 로드무비를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미 헐리우드 영화에 길들여진 탓인지, 인디아나 존스의 한장면처럼 주인공이 어디로 가는건지
지도나 이정표를 통해 좀 더 시각적으로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주인공은 상대의 심리를 예리하게 꽤뚫는 콜롬보와 같은 예리한 분석력도 있었고
자신의 촌철살인같은 말 한마디에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이 너무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백도 영화 흐름에 잘 안 어울렸던 것 같고...

이 영화에서는 개그를 보는 듯한 장면이 눈에 자주 띄었던 것 같다.
특히 일인 다역을 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한 여성 성우의 말투는
한혜숙씨의 첫 등장 장면(학교)과 두번째 등장 장면(자신의 집)을 코미디로 만들어버렸다.
아마도 무장공비가 학교에 숨어들었을 때 여교사 목소리도 같이 맡은 것 같은데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배탈나지 않으려면 무조건 끓어 먹으라고 하는 대사도 코미디였다...
가장 유치하다고 느꼈던 것은 취조장면 직전 방관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의 대사였는데,
취조당할 아들을 위해 문 닫아주면서 한마디 하는 아버지의 대사나
취조당할 동네유지를 위해 한마디 하는 관할경찰서 형사의 대사나 개그의 한 장면 같이 느껴졌다.

어두웠던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어둠을 느끼기에는 영화가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사람들의 모습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남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이 영화에서 가장 공감하면서 지켜본 사람들은 황암씨 부부, 그중에서 특히 부인...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상당히 유감스러운 장면이 있었는데, 이 영화에는 정신장애를 앓는 사람이 등장한다.
영화 덕분에 1980년의 용인정신병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환자역할을 맡은 남자성우와 여자성우의 지나치게 과장된 목소리 연기는 듣기에 무척 거북했다.
병원장면에서 계속 배경효과를 위해 번갈아 가며 소리를 질러대는데,
계속 연기하다가 지루했는데 나중에는 장난스럽게 대사한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정신장애인의 연기 덕분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고,
부모의 과거를 알려주어 의도적으로 정신장애를 일으키게 한다는 발상에 한숨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