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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처음에는 인디밴드의 노래 제목인줄 알았다.

제목에 호기심이 끌려보았는데, 문득 고등학교 시절도 생각나고 재미있게 보았다.

 

카리스마를 떠올리는 키리시마는

단지 이름만 자주 등장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인간같은 존재이다.

그나마 영화 속에 잠깐 등장하는 모습도 정말 키리시마인지 알 수 없다.

주인공이 어떻게 생겼는지 도저히 외모를 확인할 수 없기에,

등장인물들을 통해 키리시마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전해들으면서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학교에 며칠 오지않는 것만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좌절과 잉여현실(키리시마가 있었다면!)을 가져다주는 키리시마는 정말 대단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반면, 키리시마라는 대단한 존재가 없어진 현실에서,

그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나 대책이 없는 상황이 안타까워보였다.

키리시마의 절친인 것 같으면서도 키리시마의 외모에 가장 가까울 것 같은

히로키(히가시데 마사히로) 또한 키리시마와 비슷한 무게감을 주긴하는데,

그 학생 또한 키리시마의 부재를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키리시마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알 것 같다.

 

어떤 사람들에게 나는 키리시마와 같은 존재일까?

또한 키리시마처럼 부재와 동시에 나에게 좌절과 잉여현실을 가져다 줄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어쩌면'홀로 서기'를 암시하는 듯한 영화부 부장, 야구부 선배, 기악부 부장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과 더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집단의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존재감과 공허감을 주는 사람은

참 불편한 사람일 것 같다.

누군가 조직을 탈퇴했을 때, 

다른 조직구성원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거나 협업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지나치게 한사람에게 의존하는 조직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드치연구소(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 또한 '키리시마'와 같은 존재가 없어도

누구나 키리시마의 역할을 맡거나 공동의 힘이 키리시마를 대신하면서,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한 모임이었으면 좋겠다.

 

의존과 자립을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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