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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불평등에 대해서

 

 

 

 

 

 

2015년 8월 28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복지국가 촛불집회에서 발언했던

'불평등'에 대한 내용을 보완/수정하여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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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이야기&드라마치료 연구소장 지경주입니다.

 

저는 오늘 오전과 오후에 여섯명의 중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이 학생들은 사는 곳도 학교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교 부적응 청소년'으로 분류되었고

청소년과 비행청소년의 경계에 서있었으며 가정환경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학생들은 학교와 집에서 계속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학생들이 자의나 타의에 의해 '비행청소년의 문턱'을 넘어서게 된다면

불평등한 상황에서 점점 벗어나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청소년들을 계속 만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의미있는 만남을 갖기위해 노력하면서도,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듭니다. 

왜 이러한 청소년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그리고 우울증 치료를 받는 분들과,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과의 만남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시 의미있는 만남을 갖기위해 노력하면서도, 같은 의문이 듭니다.

왜 이러한 분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마이크로적인 영역에서 개인과의 만남을 통해 사회복지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내담자의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고 풀어드리면서 정신적인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힘들고 지친 마음을 갖게된 분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인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해결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주 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사당동 더하기 22'라는 다큐멘터리를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관람하고 가난과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볼때마다 3대의 가난이 과연 4대째에서는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그들의 가난은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에는

그들이 처한 환경이 그들을 더욱 더 가난으로 몰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불평등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이 '먹고 살기 힘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민낮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만난 내담자들 중에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는

'불평등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이 눈에 띕니다.

그리고 불평등한 상황에 잘 적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건강하다 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합니다.

 

저는 불평등한 사회환경을 개선시켜서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이

정신건강 증진에 보다 더 큰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보다는,

건강한 개인을 문제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환경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보다 더 효과적이고 파급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것이야 말로 공리주에서 표현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문득 제가 사회복지 집단지도론 시간에 배웠던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기억납니다.

교사, 옹호자, 상담자 등의 역할에 대해 설명듣다가

맨 뒤에 있던 '사회운동가의 역할'은 갑자기 생략하고 넘어갔었는데,

결국 사회운동가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졸업했습니다.

대학을 마치고 사회복지사가 되어보니,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운동가의 역할이 절실한데도 외면되고 있음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마이크로적인 영역에서 개인의 문제에 접근해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같고, 자주 회의가 생깁니다.

 

우리가 속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가 느끼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회의는 계속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불평등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계속 먹고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심리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일 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사회운동에 동참하는 것으로,

내담자들이 처한 '당장 먹고살기 힘든 복지적인 문제해결'에 함께 힘을 쏟으려고 합니다.

 

이것은 곧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반복적인 치료적 활동'만을 하기 보다는,

당장 돈을 덜 벌고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해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거나 막을 수 있는 예방적인 활동'에 집중하고 싶은

개인적인 바램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사회운동에 동참하면서,

제 주위에 마이크로적인 활동을 하는 분들에게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면서

동참을 권유하고 호소하겠습니다.

 

저는 세밧사(세상을 바꾸는 사회복지사)와 내만복(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회원임에

늘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