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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그리고 공부

그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주었다

 

 

 

2015년 9월 24일.

드디어 모 기관의 폭행사건 이후 당사자와 프로그램 시간에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폭행사건 이후로 계속 고민했고 당사자와 프로그램 중에 정리작업을 할 수 없었기에,

12월까지 연장 진행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9월 마지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당일날,

원래 계약대로 7~9월만 진행하기로 급히 결정했고 담당 직원에게 설명했다.

 

오전 10시 30분에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내가 그만 두는 것에 대해 논의하느라 11시에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이 내가 진행하는 마지막 시간임을 공지했고

갑작스러운 공지에 사과한 뒤 '드라마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 없었고

담당직원의 권유(힘들거나 불편하면 프로그램 중간에 나와도 괜찮음)를 받아서

프로그램 중에 조용히 들어왔다.

 

정신과적 증상 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평소와 다름없이 팔짱을 끼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거나

때로는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면 그곳을 한동안 유심히 쳐다보았다.

간간히 프로그램 진행 중에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곧바로 맞받아치듯 눈에 힘을 주는 모습이 보였고,

연극참여 의사를 확인할 때도 거부했고, 

소감을 듣기 위해 내가 말을 걸어도 거부했다.

 

다른 참가자들과는 소감을 나누면서 그동안 함께 했던 기억을 잠시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와는 '이렇게 마무리되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이 마지막 진행이라는 것을 내가 언급하는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오늘이 마지막이냐고 물어보았다.

원래는 3개월 더 진행하려고 했는데, 부득이 하게 오늘까지 진행하기로 했다고 짧게 설명해주었다.

 

그는 나에게 지난 폭행에 대해 또 한번 사과를 했고 자신의 철없는 행동에 반성한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꼭 나누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다고 말한 뒤,

처음 우리가 만났을 때 내가 진행하는 연극적인 방법에 대해 강한 불만

(나는 '불편함을 호소했다'고 말했는데, 그가 '불만'이라고 정정해주었다)을 호소했었는데

내 설명을 잘 들어주고 자신이 오해했음을 인정해주었을 때가 생각나고,

리퀘스트 연극(쪽지에 참가자 중 한명의 이름을 적고, 그 사람에게 특정 연기를 요청함) 때

즐겁게 자신에게 주어진 연극을 잘 수행했고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무대 중앙에 나와서 즉흥적으로 리퀘스트를 주시면 연기하겠다고 하여

즐겁게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해주었다.

그러자 그는 웃음 띤 얼굴로 그때가 기억난다고 했다.

 

나는 이 두번의 만남 만으로도 우리는 매우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고,

연극적인 방법이 얼마나 즐거운지 체험해볼 수 있었고

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함께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웃으면서 좋았던 기억을 추억하며 마무리 지었다.

 

폭행사건 이후, 제삼자들의 한마디 말로 인해 여러번 무너졌던 경험을 겪었는데,

결국 이렇게 폭행 당사자의 한마디의 말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경험을 갖게 되어 기쁘고 감사했다.

 

9월 초,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던 중 갑자기 그가 내 뒤를 덮쳐 나를 폭행했고

30분쯤 지나서 나에게 사과했었다.

나는 그가 정신과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사과도 잘 받았지만

3주동안 계속 후방에 대한 후유증에 시달렸었다.

이것은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3주 뒤 프로그램을 마무리 중 갑자기 그가 손을 들어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나에게 사과했고 좋았던 기억을 한번 더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사후조치였고 만족스러운 마무리었다.

 

그가 먼저 손을 내밀어 나를 일으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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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클라이언트에게 폭행당한 사회복지사를 만난다면,

나는 그에게 다양한 이론을 내세워 이성적으로 극복하라고 조언하거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거나

이 일을 극복하지 못하면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없다며 수퍼비전 주지 않을 것이다.

일단 나는 잘 경청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되겠다.